5월 16일 내야수 박준서-포수 김사훈 등록, 17일 외야수 김문호 등록.
롯데 자이언츠는 이번주 세 명을 2군인 상동구장에서 사직구장으로 불러들였다. 팀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던 상황에서 주전 선수들의 잔부상까지 이어지며 세 선수가 나란히 1군에 합류했다. 이 가운데 김문호는 개막전 하루만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었고 나머지 두 명은 이번에 올 시즌 첫 1군 등록이었다.
주로 대타나 대수비 요원으로 생각됐던 선수들이지만 주전 선수들의 부상, 체력 안배, 팀 분위기 반전 등을 이유로 18일 사직 KIA 타이거즈 전에는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김문호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김주찬을 대신해 9번타자 좌익수, 박준서는 전날 스윙도중 옆구리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조성환의 자리를 채우며 7번타자 2루수, 김사훈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던 주전포수 강민호를 대신해 마스크를 쓰고 8번타자로 나섰다. 롯데의 2군 훈련장이 있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더 긴 시간을 보냈던 이들은 이렇게 사직 만원관중 앞에 섰다. 그리고 이들이 롯데의 연패탈출을 이끌었다.

7번 박준서는 불방망이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0-1로 뒤진 2회 2사 1루서 첫 타석을 맞은 박준서는 깔끔한 좌중간 안타로 1루주자 박종윤을 3루까지 보냈다. 이어 김사훈의 타석 때 더블스틸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적절하게 2루 앞에서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갈 시간을 벌어줬다. 또한 5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KIA 선발 엔서니의 공을 침착하게 고르며 볼넷으로 출루, 김문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이날의 결승득점을 올렸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3-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6회 2사 2루선 3-유간을 느리게 지나가는 좌전 적시타로 쐐기 타점까지 올렸다.

강민호를 대신해 이날 데뷔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김사훈은 안정적인 리드와 강한 송구, 그리고 적절한 타격까지 곁들이며 백업포수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는 활약을 펼쳤다. 1-1로 맞선 2회 2사 2루서 김사훈은 앤서니의 6구를 가볍게 잡아당겨 좌익수 앞에 갖다놓는 역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또한 앞선 2회 수비에선 1사 1루서 1루주자 나지완을 재빠른 피치아웃으로 잡아내더니 3회 도루를 시도하던 이용규를 정확한 송구로 막아섰다. 2루수 박준서가 갖다대고 있는 글러브에 정확하게 공이 도착해 자동 태그아웃 될 정도로 훌륭한 송구였다. 제 몫을 다 한 김사훈은 6회 대타 강민호로 교체되며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을 마쳤다.
이제까지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김문호지만 이날은 달랐다. 1회 김선빈의 좌측 펜스를 직접 때리는 안타 때 김문호는 적절한 펜스 플레이로 빠른 타자주자를 1루에 묶어놨다. 또한 2회에는 나지완의 좌익선상 흐르는 타구를 재빠른 넥스트플레이와 강력한 송구로 1루에 묶어뒀다. 결국 나지완은 김사훈의 피치아웃에 걸려 1루에서 협살로 아웃됐다. 여기에 5-2로 앞선 8회에는 선두타자 김상훈의 깊은 플라이를 끝까지 쫓아가 잡아내기까지 했다.
타석에서도 김문호의 방망이는 빛났다. 덕수정보고 시절부터 천재타자로 불려오던 김문호지만 프로에 와서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날은 5회 1사 1루서 총알같은 우익수쪽 안타로 재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또한 6회 2사 1,2루에선 침착하게 볼을 골라 볼넷으로 출루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들은 상동구장에서 지금껏 기량을 닦아왔다. '상동 자이언츠'의 활약속에 롯데는 KIA를 5-4로 꺾고 최근 4연패를 끊는데 성공했다. 그러고보니 이날 6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용훈 또한 지난해까진 주로 상동구장에서 함께 땀흘렸던 팀 선배다. 화려한 조연의 맹활약 속에 롯데는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cleanupp@osen.co.kr
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