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검객' 남현희, 女 펜싱 사상 첫 올림픽 金 정조준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5.19 07: 35

런던을 향한 남현희(31, 성남시청, 세계랭킹 3위)의 칼끝이 매섭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 문턱에서 좌절했던 남현희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8일 2012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 여자 플뢰레 64강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남현희를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서 만났다.

▲ '부상'을 이겨내고 '경험'을 살려라
남현희는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무수히 많은 대회를 참가해 3월 말 일찌감치 런던 올림픽 티켓을 잡았다. 하지만 제 때 부상을 치료하지 못한 터라 온 몸은 상처 투성이다.
왼쪽 엉덩이와 고관절 부위의 염증은 더욱 심해진 상태고, 골반과 근육통도 그녀를 오랫동안 괴롭히고 있다. 최명진 여자 플뢰레 코치는 "연속적인 강행군 때문에 (남)현희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며 "오전에 치료하고 오후에 훈련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현희는 한국 여자 펜싱 역사상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메달을 획득한 주인공이다. 이제 그녀는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을 넘어 런던 올림픽서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플뢰레 결승전서 남현희는 이탈리아의 세계 최강 발렌티나 베잘리에게 5-6 한 점 차로 석패하며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남현희는 당시를 회상하며 "베이징 때는 메달 획득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세계랭킹이 2위였기 때문에 상대 선수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달려들었던 것이 패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4년 전보다는 마음이 편하다"며 "베이징 때보다 노련해지고 전술적인 움직임도 좋아진 것 같다"고 올림픽 경험자로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 '이탈리아'를 넘어라
남현희의 주적은 펜싱 강국 이탈리아다. 여자 플뢰레 세계 톱 4 중 3위 남현희를 제외하고 1, 2, 4위에 이탈리아 선수들이 나란히 포진해 있다. 베이징 올림픽서 우승을 차지한 베잘리(38, 세계 1위)를 비롯해 177cm의 장신 엘리사 디 프란치스카(30, 세계 2위)와 아리아나 에리고(24, 세계 4위)가 모두 강력한 경쟁 상대다.
남현희는 이에 대해 "이들은 펜싱을 6살 때부터 시작해 기본이 잘 돼 있고 코치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며 "선수와 코치의 호흡도 찰떡궁합이다"고 평했다.
이어 "심판에게 항의도 정말 잘하는데 경고를 받기 전에 수위 조절을 적절히 한다. 심판들도 항의를 밥 먹듯 하는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완벽한 기본기에 뛰어난 기술과 노련미까지 갖춘 이탈리아 선수들을 넘어서기 위한 비장의 무기는 빠른 스피드와 다양한 기술이다. 남현희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발놀림이 빨라 남들이 잡지 못하는 타이밍을 잡는다"며 "동시에 여러 가지 기술로 공격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고 본인의 강점을 밝혔다.
▲ 든든한 멘토와 지원자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26, 금산군청). 지난해 11월 남현희와 백년가약을 맺으며 그녀의 외조를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운동선수인 남편과 함께 휴가를 받으면 외출하기 보다는 먹을 것을 사다놓고 집에서 TV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는 남현희는 "TV, 소파, 침대는 일부러 제일 크고 편한 것으로 샀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힘들까봐 남편이 요리와 청소를 해주기도 하고 코디도 해준다. 때로는 '이런 건 여자가 해야지'라는 남편의 농담을 들을 때면 더욱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는 남현희. 5살 연하의 남편 공효석이지만 완벽한 외조로 아내의 든든한 지원자가 돼주고 있다.
지원자는 또 있다. 남현희의 소속 팀 성남시청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전 소속 팀 서울시청과 마찰을 빚으며 표류하고 있을 때 남현희의 손을 꼭 잡아준 곳이 바로 성남시청이다.
남현희는 "2009년에 운동을 그만두려다 성남시청에서 받아 줘 지금까지 운동을 할 수 있었다"며 "도와주신 국장님을 비롯해 성남시청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성남시청은 부상 부위를 테이핑할 때 쓰는 고가의 테이프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며 남현희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를 자처하고 있다.
남현희의 멘토는 대한펜싱협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곤 씨다. 남현희는 "김창곤 선생님은 정말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며 펜싱을 그만둘까 생각했을 때 곁에서 항상 큰 힘이 돼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남현희는 오는 20일 2012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 여자 플뢰레 64강전 경기를 펼친다. '미녀 검객' 남현희가 올림픽 전초전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올림픽 금메달 예열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dolyng@osen.co.kr
발렌티나 베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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