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는 소통을 중시한다. 우리나이 불혹의 선수단 최고참이지만 어린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고 호흡하며 허물없이 어울린다. 박찬호가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최고 피칭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포수 정범모(25)와 유격수 하주석(19), 두 어린 선수들 덕분이었다.
박찬호는 두산전을 떠올리며 4회 무사 2루에서 유격수 하주석과 픽오프 플레이를 통해 2루 주자 오재원을 견제사로 잡은 것과 계속된 2사 1·3루에서 포수 정범모가 이성열의 2루 도루를 저지한 장면을 중요 포인트로 짚었다. 박찬호는 "그런 플레이가 경기 흐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타자를 삼진 잡는 것보다 분위기를 크게 반전시킬 수 있다"며 정범모와 하주석의 플레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는 "경기 전에는 정범모와 하주석이 '잘 이끌어주십시오'라고 부탁하더니 막상에 경기에 들어가니까 코치와 감독처럼 이것저것 요구하며 나를 이끌더라"며 웃었다. 투수와 포수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정범모는 적극적인 리드를 펼쳤고, 유격수 하주석은 픽오프 플레이를 위해 박찬호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요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박찬호는 "나는 정범모와 하주석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정범모는 전날 경기에서 느낀 걸 바탕으로 나를 잘 이끌어줬다. 커터를 던질 타이밍에 커브를 요구했는데 주문대로 따랐다. 하주석은 먼저 와서 이렇게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 말하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정범모의 공격적인 리드는 박찬호의 투구수를 줄였고, 하주석의 요구는 긴밀한 픽오프 플레이와 결정적인 견제사로 이어졌다.
박찬호는 정범모와 14살, 하주석과는 무려 21살 차이가 난다. 까마득한 대선배이지만 같은 플레이어로서 그들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박찬호에게 먼저 다가가고 이야기했다. 박찬호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들고 흐뭇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건데 실패를 하더라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 경험이 쌓이게 된다. 실패도 해봐야 보완점을 찾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메이저리그도 다르지 않다. 박찬호는 "미국에서도 제이미 모이어나 톰 글래빈 옆에 항상 선수들이 모여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묻고 말한다. 그런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큰 경험이 된다. 한국야구에 발전적인 분위기"라며 흡족해 했다. 항상 궁금증을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그 선수의 커리어로 이어지고 팀 전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찬호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정범모는 "경기 전 호텔에세부터 찬호 선배와 볼 배합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찬호 선배가 거의 리드를 했지만 가끔 막힐 때 내가 사인을 냈다. 대선배지만 워낙 편하게 해줘 믿고 따랐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정범모가 나를 잘 이끌어줬다"며 어린 포수를 한껏 치켜세웠다. 조카뻘되는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는 박찬호와 그를 향해 거리낌 없이 리드하고 요구하는 게 곧 지금과 미래를 이끌 한화의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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