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가 올해도 혼전 속에서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30경기에서 17승12패1무 승률 5할8푼6리로 2위 넥센에 1경기차 앞선 1위. 7위 KIA와도 4.5경기차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혼전이라 1위의 의미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상징적이다. 그 중심에 바로 화려하게 부활한 4번타자 이호준(36)이 자리하고 있다. 원조 4번타자의 부활이다.
이호준은 올해 26경기에서 79타수 25안타 타율 3할1푼6리 6홈런 1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전체 8위이자 SK 팀 내에서는 1위. 홈런은 공동 5위, 타점은 최정(24타점) 다음으로 팀 내 2위다. SK에서 정확도와 파워에서 단연 돋보이는 타자가 바로 이호준이다. 타선 부진 속에서도 SK가 1위를 달릴 수 있는 데에는 이호준의 화려한 부활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호준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하향세였다. 2007년 우승 공신으로 4년간 34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듬해 무릎 수술을 받으며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부상에서 다시 돌아온 2009년부터 타율이 꾸준하게 하락했고, 홈런 그래프는 들쭉날쭉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에서도 제외되며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1군에 들어온 이후에도 대타로 기회를 잡아갔다.
하지만 4월말부터는 부동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5월 14경기에서 50타수 17안타 타율 3할4푼 5홈런 12타점으로 맹활약이다. 올해 터뜨린 홈런 6개 중 4개가 1점차 이내 접전에서 터질 만큼 영양가 만점이다. 4월까지 마땅한 4번타자감을 못 찾은 이만수 감독의 고민을 '원조 4번타자' 이호준이 해결해준 것이다.
이호준은 "팀이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고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그동안 팀에 미안한 게 많았다. 부상 공백도 있었고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부상과 재활로 하향세를 걸었고 고참으로서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연봉도 5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말 그대로 벼랑끝이었다.
이호준은 "올해는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타석 절실하게 임하고 있다. 후회없이 미련없는 스윙을 하고 싶다. 전보다 러닝이나 웨이트 훈련량도 늘리며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그게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신있는 스윙을 하고 있다. 삼진을 먹더라도 자신있게 내 스윙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나쁜 공에 배트가 쉽게 나가지 않고 출루율도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호준은 볼넷(15개)·삼진(17개) 비율이 비슷하고, 출루율은 4할2푼6리로 전체 5위에 랭크돼 있다. 장타율도 전체 4위(0.608)로 둘을 합한 OPS(1.033)는 전체 4위. 이호준보다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강정호(넥센)·김태균(한화)·이승엽(삼성) 뿐이다. 그만큼 이호준은 손꼽히는 생산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호준은 "지금 우리 젊은 선수들이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지만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베테랑들이 (페이스가) 떨어질 때에는 그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줄 것이다. 고참으로서 컨디션 관리를 잘 하고, 전력질주하는 모범을 보이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근우·박재상·박정권 등이 좋지 못하지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이호준이 있기에 SK는 더없이 든든하다. 원조 4번타자의 화려한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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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