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앤서니의 가장 인상적인 고별등판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5.19 10: 11

그도 분명 알았을 것이다.
지난 18일 오전 KIA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27)의 영입을 한다는 소식이 각 매체에 실렸다. 하필이면 앤서니 르루가 사직 롯데전에 선발투수로 나서는 날이었다. 아무리 한글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같은 소식은 앤서니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앤서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호투를 펼쳤다. 5⅔이닝 4실점. 그러나 자책점은 한 점였다. 수비실책 2개가 더해지는 바람에 4실점으로 불어났다. 최고구속이 153km까지 나올 정도로 올들어 최고의 투구를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마지막 호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동렬 감독은 교체 용병을 놓고 다음주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앤서니의 퇴출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불펜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선발요원인 소사를 영입하면 같은 선발투수인 앤서니의 자리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앤서니는 이같은 현실을 충분히 알고 등판했을 것이다. 자신이 잘 던진다고해서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을. 그래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이왕이면 동료들이 수비와 타선의 지원으로 승리를 따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앤서니는 입단과 함께 활달한 성격으로 팀에 빠르게 적응했다. 한국말도 배우려고 했고 외국인이라면 먹기 힘든 음식도 체험하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항상 조용하고 혼자있기 좋아하는 라미레즈와는 딴판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성적이 존재의 이유이다. 7경기에 선발등판했으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내)은 단 한 번이었다. 5월 6일 광주 넥센전에서 7이닝 2실점이 유일했다. 18일 경기도 퀄리티스타트를 할 수 있었지만 투구수가 106개에 이르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만일 그가 교체된다면 가장 인상적인 고별등판을 했던 외국인 투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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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애리조나 전지훈련 도중 설날을 맞아 동료들과 함께 윷놀이를 즐기는 앤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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