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이 아내로 돌아왔다. 지난 17일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투덜이 독설가인 아내 정인 역을 열연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온갖 불만과 독설, 그야말로 '순악질 여사'가 따로 없다. 남편 역 이선균과 식탁 위에서 꽤 과감하게 애정을 나누거나 섹시 콘셉트와는 거리가 먼 아주 편안하게 생긴 팬티를 내리고 변기 위에 털썩 앉아 용변도 본다.
1979년생, 믿기 어렵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된 그녀다. 사실 나이로만 따지면 '누군가의 아내' 역할이 어려울 것도 없다. 실제 미혼이지만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기에 유부녀 역할에 대한 이해도 비교적 원활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털털하고 과감하게 아줌마 캐릭터를 구현해도 배우 임수정의 청초하고 섹시한 이미지는 지켜진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동안 외모, 또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풍겨 나오는 묘한 관능미가 반전의 매력을 형성하는 여배우다.
아직 미혼인, 그리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톱 여배우 중 한명인 그녀가 이토록 '아내' 역을 마다하지 않는 건 스스로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 아닐까. 배우로서 변화무쌍 캐릭터를 오가고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즐거움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돌이켜보면 임수정의 필모그래피는 결코 예쁘거나 소녀 같은 이미지에 머물지 않았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전우치', '각설탕' 등을 통해 그녀가 평범하지 않은, 개성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는 데 꽤나 몰두해왔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난 해 현빈과 호흡을 맞춘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서 이미 유부녀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유부녀 배우들마저도 굳이 '아가씨' 역할만 고집하는 낯 뜨거운(?) 충무로와 방송가에서 임수정의 진가는 더욱 돋보인다. 나이나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늘 섹시 청순한 만인의 연인 이미지를 지키려는 욕심쟁이 여배우들이 판을 치는 이곳, 그녀처럼 사랑스러운 아내가 또 어디 있을까. 남편 앞에서 스스럼없이 방귀를 뀌어도 그녀는 여전히 많은 남성 팬들의 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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