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게 영입한' 포수 김사훈, 롯데 새 희망 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19 19: 23

"가장 쉽게 영입 한 김사훈 선수 덕분에 연패를 끊었네요".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18일 사직구장. 롯데는 이날 선발 이용훈의 호투와 백업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5-4로 진땀승을 거두고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 뒷편은 연패를 끊었다는 기쁨과 앞으로 재도약을 다짐하는 기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가운데 롯데 배재후 단장은 이날 데뷔 첫 선발포수 마스크를 쓴 김사훈(25)을 두고 "가장 쉽게 영입 한 선수 덕분에 우리가 1승을 했다"고 말했다.
배 단장에 따르면 김사훈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계기는 마무리투수 김사율의 추천 때문이다. 김사율은 2010년 10월 구단에 "괜찮은 포수 있는데 한 번 써 보시는게 어떻겠냐"고 사촌동생 김사훈을 추천했고, 그렇게 그는 신고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부산고-한민대를 나온 김사훈은 176cm의 키에 83kg의 다부진 체격을 가진 포수 유망주.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진 못했지만 그렇게 김사훈은 롯데에서의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신고선수로 2군에만 머물며 기량을 닦았고,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타격 실력은 눈에 띄지 않아도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는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고, 결국 올해 초 정식 계약을 맺었다. 거기에 생각지 않았던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 캠프를 거치며 1군 선수의 꿈을 키웠다. 개막전 백업포수로 윤여운이 결정되며 김사훈은 일단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지난 16일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16일 경기 막판 투입돼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사훈은 17일 사직 넥센전에 앞서 "데뷔전이라 긴장이 많이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긴장이 안 되더라. 관중들 보면 떨릴 것 같아 일부러 1루쪽 스탠드(홈 응원석)은 바라보지 않았다"면서 "공 받는 건 오히려 2군보다 1군이 쉽더라. 내가 요구하는 코스대로 공이 그대로 들어오니까 대처하기가 쉽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강민호 선배가 계시니 언제 기회가 올 지 몰라도 묵묵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기회는 일찍 찾아왔다. 18일 사직 KIA전에 김사훈은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발 출전했다. 주전 강민호의 체력안배를 위한 것. 기회를 잡은 김사훈은 안정적인 리드와 강한 송구, 그리고 적절한 타격까지 곁들이며 백업포수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는 활약을 펼쳤다. 1-1로 맞선 2회 2사 2루서 김사훈은 앤서니의 6구를 가볍게 잡아당겨 좌익수 앞에 갖다놓는 역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또한 앞선 2회 수비에선 1사 1루서 1루주자 나지완을 재빠른 피치아웃으로 잡아내더니 3회 도루를 시도하던 이용규를 정확한 송구로 막아섰다. 2루수 박준서가 갖다대고 있는 글러브에 정확하게 공이 도착해 자동 태그아웃 될 정도로 훌륭한 송구였다. 제 몫을 다 한 김사훈은 6회 대타 강민호로 교체되며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을 마쳤다. 도루 저지만 2개를 기록했고 팀 승리에 귀중한 타점까지 추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다시 만난 김사훈은 승리의 기쁨에 상기돼 있었다. 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라며 "최기문 코치님이 프로 데뷔 첫 안타라고 공을 챙겨 주셨다. 라커룸에 고이 보관했다"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안타를 기록한 상황에 대해선 "(앤서니의) 공이 너무 빠르더라. 직구가 들어와 가볍게 치려고 했는데 방망이 안 쪽을 맞아 약간 먹혔다. 그게 운 좋게 안타가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두 차례의 도루저지다. 가고시마 캠프에선 "다른 건 몰라도 어깨 하나만큼은 자신있다"고 말했던 김사훈은 강한 송구로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그는 "피치아웃은 작전이 나왔는데 성공한 것 뿐이고 이용규 선배를 잡은 건 (박)준서형이 태그를 워낙 잘해준 덕분"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최근 프로야구는 극심한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두산 최재훈, 한화 정범모·이준수 등 젊은 포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경기로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린 김사훈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과연 김사훈이 백업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롯데에 새 희망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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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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