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간인데 왜 힘들지 않겠나."
김시진 넥센 감독이 선발 데뷔전을 치른 김병현(33)의 투수교체 순간의 인간적인 갈등을 털어놓았다.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전날(18일) 승리 요건을 눈앞에 두고 김병현을 교체한 데 대해 설명했다.

팀이 4-2로 앞선 5회 2사 2루. 김 감독은 직접 볼을 들고 올라가 몇 마디를 나눈 후 김병현을 마운드서 내려 보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이미 "정해 놓은 투구수(80~90개)에 다다르면 빼겠다"고 단호하게 말해 놓은 터였다.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장면이었기에 의아했던 부분도 있었다.
이에 김 감독은 "4회가 끝나고 고민을 많이 했다. 투구수가 84개였다"면서 "나도 인간인데 왜 힘들지 않았겠냐. 1승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력하는 판인데…"라고 교체 순간의 고민을 떠올렸다. 다행히 팀은 7-6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 순간에는 냉정하게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김 감독은 "팀이나 내게 1승도 중요하지만 김병현의 팔 상태가 더 중요했다"면서 "설사 욕을 먹더라도 내 판단대로 하자는 생각을 했다. 승패를 떠나 1패를 안더라도 바꿨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투수교체는 어렵다. 내 선택을 믿어야 했다. 그냥 두면 내 확신이 안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는 그는 "생각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으면 더 복잡해진다.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주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서 김병현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김 감독과 김병현, 그리고 포수 허도환은 마운드에서 한동안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함께 웃었다.
김 감독은 "올라가서 병현이에게 '감독에게 1승을 헌납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면서 "사실 젊은 애들이라면 1승에 목 마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투수인 만큼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김병현의 이날 투구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병현의 구위는 어땠을까. 김 감독은 "볼에 힘이 있었다. 실투는 많았지만 나쁘지 않았다"면서 "좌타자를 상대해 본 만큼 본인도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어떤 볼이 필요한지 알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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