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는 스타일 아닙니까. 우리 1선발이니 곧 돌아 올겁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송승준(32)은 올 시즌도 1선발로 시작했다. 매년 슬로스타터 모습을 보여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캠프에서는 "올해는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의 몸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 올 시즌도 초반 송승준은 1선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잘 던지는 날도 있었지만 바로 다음 번 등판에는 흔들리는 등 기복을 노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양승호 감독은 "매년 그러는 것 아니냐. 올해는 2승(19일 경기 전까지)이나 했으니 작년보다 낫다"라고 말했고 주형광 투수코치는 "원래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곧 돌아 올 것"이라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 '여름 사나이' 송승준은 그렇게 팀의 믿음 속에 5월이 끝나갈 무렵 제 자리로 돌아왔다.

송승준은 19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동안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투구수는 100개였고 최고구속 147km의 직구와 포크볼, 커브,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무엇보다 볼넷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투구를 뽐냈다. 이날 유일한 실점도 5회 이범호에 솔로포를 허용한 것일 뿐 큰 위기도 없었다.
직구 위주의 피칭을 펼친 게 주효했다. 시즌 초반엔 직구와 포크볼의 비율을 1:1 정도까지 던졌지만 최근에는 다시 직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송승준의 직구는 힘있게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찔렀고, KIA 타자들은 포크볼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빠른 직구가 들어오자 공을 맞히는 데 급급했다. 1선발의 호투 속에 타자들도 홈런포 두 방 포함 6득점으로 힘을 냈다. 그의 호투 속에 롯데는 KIA를 6-1로 꺾고 다시 연승 신호등에 불을 켰다.
경기가 끝난 뒤 송승준은 부담감을 덜었다는 마음에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최근 나 뿐만 아닌 1,2,3선발까지 부진한 탓에 팀 에이스라는 부담감과 승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털어놓더니 "어제 밤에는 분위기 쇄신 차 면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결혼한 이후 처음 해보는 면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송승준은 말끔한 얼굴로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펼쳤다.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는 송승준의 설명은 계속됐다. 그는 "오늘 등판이 시즌 첫 등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템포는 빨리 가져갔고 초구를 공격적으로 던졌는데 호수비가 나오며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이제껏 송승준은 1선발다운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었다. 이제 다음 번 등판이면 계절은 더욱 여름에 가까워 질 것이다. '여름 사나이' 송승준의 올 시즌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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