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을 기른 남미풍 외모 덕분에 '산체스'라는 별명을 얻은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성호. 19일 삼성 2군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성호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인상 깊었던 콧수염을 말끔하게 밀었다. 그래서 일까.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지난달 2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정들었던(?) 콧수염을 싹둑 잘랐단다. 김성호는 "그냥 잘랐다"면서 머리를 긁적인 뒤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잘랐냐고 그러기도 한다"는 김성호는 콧수염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데뷔 첫해부터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도 잠시.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게 아쉬울 뿐. 담 증세에 시달렸던 김성호는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통증을 참고 또 참았다. 당시 양승호 롯데 감독은 "공을 제대로 못던지길래 상태를 점검했더니 등에 담이 와 제대로 공을 던질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었다.

당시 부상을 숨긴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는 "개막 엔트리에 들자마자 아프다고 말씀드린다는게 참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고 한숨을 내뱉은 뒤 "지금은 괜찮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성호는 5차례 2군 등판을 통해 승리없이 2패를 떠안았다. 16.20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투구 내용도 좋지 않았다. 윤형배 롯데 2군 투수 코치는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제 공을 던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범경기 때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윤 코치는 "맞더라도 과감하게 던져야 하는데 직구보다 변화구 위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윤 코치의 우려와는 달리 김성호는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80% 이상 회복한 것 같다"는 김성호는 "이곳에서 체인지업을 좀 더 가다 듬고 조만간 올라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산체스'라 불리는 김성호는 외모도 독특하지만 투구 자세는 더욱 독특하다.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안정된 컨트롤까지 갖췄다. 시범경기에서 2.45의 평균자책점을 찍으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성호. 1군 무대에 복귀해 다시 한 번 '산체스 열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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