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박준서(31)는 축하전화 받기에 바쁘다. 지난 16일 넥센전을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승격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전 2루수 조성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결장하며 박준서는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18일 사직 KIA전에선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팀 4연패를 끊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 이어 19일엔 결승 솔로포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1호 홈런이자 통산 5호 홈런이다.
박준서가 1군에서 마지막으로 홈런을 기록한 건 5년 전인 2007년 10월 4일 사직 삼성전이었다. 당시 박준서는 2-2로 맞선 8회 삼성 투수 제이미 브라운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포를 터트린 바 있다. 공교롭게도 1689일 만에 나온 홈런 역시 결승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박준서의 타격 준비자세다. 선수마다 제각각 자신만의 준비자세가 있는데 박준서는 방망이를 마치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린다. 스위치히터인 그가 왼쪽 타석에 서면 왼손으로 방망이를 돌리고 오른쪽 타석에선 오른손으로 돌린다. 투수의 인터벌이 짧으면 3회, 길어지면 5회 돌린 후 타격자세를 취하다 다시 두어바퀴 돌린다. 일종의 타이밍을 맞추는 셈.
19일 경기가 끝난 뒤 박준서에 직접 물어보니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나온 것"이라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원래부터 박준서는 방망이를 돌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여러 변화를 주다보니 찾은 타격 준비자세라고 한다.
박준서는 "올해 2군에서 출전하며 방망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강돈 2군 타격코치님과 상의끝에 나온 자세"라면서 "이렇게 방망이를 돌리며 타격을 준비하다 보니 타석에서 힘을 빼고치기 쉽더라. 그리고 방망이를 돌리면서부터 타격이 잘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준서는 4경기에 출전, 8타수 6안타 5득점 1홈런 2타점 1도루로 롯데에 제대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롯데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으나 박준서가 두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2연승,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박준서는 현재의 활약에 대해 "내 자리는 없다. 어디든 자리만 있으면 채울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사실 박준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양승호 감독은 "부임 첫 해인 지난해 캠프에서 박준서를 봤다. 올해는 군제대 야수들을 체크해야 했기에 박준서를 데려가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준서는 "캠프에서 탈락한 건 전혀 섭섭하지 않다. 구단에서는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주고싶은 게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그 결정이 내게 하나의 계기가 됐다. 이를 악 물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 절박함만 찾아오는 게 우선이지만 박준서는 야구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야구를 하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만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2군에서 경기를 뛰는것도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운이 좋아 1군에 올라왔더니 더 행복하더라"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이 순간을 지켜내고 싶다"며 열망을 내비쳤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다고 지적돼 온 롯데 자이언츠. 그렇지만 박준서를 비롯한 '상동 자이언츠'가 이번에 제대로 실력발휘를 했다. 롯데 내야에 바람을 불러온 박준서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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