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리게 느낀 건 아프다는 소리 함부러 했다간 프로는 곧바로 자리를 빼앗기더라고".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앞둔 19일 사직구장. 5월들어 타격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홍성흔(35)은 타격연습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할 수 없다"며 입을 열었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두산에서의 기억 때문이다. 두산의 확고부동한 주전 안방마님이었던 홍성흔은 2007년 이런저런 잔부상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오른쪽 팔꿈치 통증과 햄스트링 등을 이유로 잠시 결장했고 그 틈을 타 채상병이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홍성흔의 자리를 위협했다.

홍성흔은 "그땐 팔꿈치가 아파서 쉬고픈 마음도 있었다. 처음 감독님이 쉬라고 말씀하셨을 땐 정말 좋았다"면서 "그런데 한 번, 두 번 쉬면서 그 사이 채상병, 최승환 등 다른 포수들이 정말 잘 하는게 아닌가. 처음엔 내가 아파서 쉬었다면 그 이후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자동으로 쉬게 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홍성흔은 2008년엔 포수로 단 24이닝만 소화하며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그리고 그 해를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그는 롯데로 팀을 옮겼다. 홍성흔은 "처음에 아프다고 쉬다보니 결국 두산에서 내 자리를 빼앗기고 밀리고 말았다. 프로는 아픈 것도 실력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 아픈 건 보고를 안 하게 됐다. 어디가 부러지고 찢어지지 않는 한 보고를 안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있던 양승호 감독은 "그래서 너가 아프다는 보고가 안 올라오는구나"라면서 "너가 두산에서 나올 때 생각만 말고 두산에서 보내버린 선배들을 생각 해봐라. 김태형, 최기문, 이도형, 진갑용 등 한 둘이 아니지 않느냐"고 웃었다.
1999년 두산에서 데뷔한 홍성흔은 곧바로 그 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러면서 노장 포수였던 김태형(SK 배터리코치)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고 결국 2001년을 끝으로 은퇴를 했다. 또한 최기문(롯데 배터리코치) 역시 홍성흔에 밀려 롯데로 팀을 옮겼다. 여기에 기대주 진갑용도 홍성흔에 밀려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 뿐인가. 이도형(전 한화)까지 2001년까지 두산의 백업포수로 활동하다 결국 한화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홍성흔은 "그렇게 말하니 정말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다들 나가서 잘 되지 않았냐"고 울상을 지었고 양 감독은 위로하려는 듯 "그 말도 맞다. 김태형하고 최기문은 코치 잘 하고 있고 이도형도 한화 가서 정말 잘 했다. 그리고 진갑용은 삼성 가더니 에이스 됐지 뭐"라고 웃어 넘겼다.
감독의 확고한 신뢰를 받고 있는 홍성흔이지만 지금도 그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기에 자리를 비우는 순간 언제 그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런 투지가 지금의 홍성흔을 있게 한 것은 아닐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