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설기현의 '짝 찾기', 인천의 딜레마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5.20 06: 57

이만 하면 보는 사람이 더 안쓰러워질 법도 하다. 인천의 골가뭄은 바닥이 보일 정도가 됐고 설기현의 외로움은 극에 달했다. '짝'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던 부산과 8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져있던 인천이 만나 연속 무패-무승의 숫자를 하나씩 더 늘린 셈이 됐다.
한창 기세가 좋던 와중에도 인천 원정 무승의 징크스를 깨지 못한 부산은 씁쓸할 만했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단연 인천이다. 김봉길 감독 대행이 팀을 맡은 이후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빈곤한 득점력 때문에 승점 쌓기가 만리장성 쌓기보다 어렵다.

어린이날 전북을 상대로 3골을 몰아넣으며 골가뭄을 해소하는가 싶었지만 다시 제자리 걸음이다. 이날도 인천은 슈팅 4개에 유효슈팅은 단 1개만을 기록하며 힘빠지는 공격으로 무승부의 단초를 제공했다.
상대가 아무리 '질식수비'의 대명사 부산이라고 해도 이날 인천의 공격은 답답함만을 남겼다. 좋은 찬스를 만들어 놓고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허무하게 날려버린 득점 기회 때마다 경기장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인천의 공격력 부재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지적받아 온 문제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설기현은 이렇다 할 공격 옵션이 없는 인천에서 팀 득점의 절반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
이날도 설기현이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진 후 중앙의 빈 공간을 제대로 책임져 주는 공격수가 없었다. 측면에서 설기현이 올려준 절묘한 크로스는 엇갈리는 타이밍 속에서 허무하게 라인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인천에 필요한 것은 설기현과 함께 공격을 이끌어줄 '짝'이라는 점이 증명된 경기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김봉길 감독 대행은 공격력에 대해 "찬스가 있을 때 득점을 못하다보니 득점 상황에도 자신감 있고 과감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분석하면서도 "(설)기현이 어깨의 짐을 덜어줘야하는데…"라며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드러냈다.
올 시즌 인천이 넣은 골은 8골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얀(서울, 8골)과 같은 숫자다. 리그에서 인천보다 적은 골을 기록 중인 팀은 최하위 대전 시티즌(7골)뿐이다.
설기현은 이 중 4골을 홀로 넣었다. 받쳐주는 이 없이 홀로 이리 뛰고 저리 뛴 결과다. 설기현 외에는 딱히 인천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상대팀으로서는 설기현만 막으면 인천의 공격을 99% 차단할 수 있다보니 자연히 설기현만 힘들어졌다.
문성윤이나 최종환 등도 안정적인 득점자원으로 보기엔 아쉬움이 많다.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날 경기서도 문상윤이 타박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공격 루트가 하나 줄어들었다.
이를 알기 때문에 설기현과 엮어줄 고리 역할을 맡아줄 선수에 대해 줄기차게 고민해 온 인천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공격에 고민하던 김 대행은 결국 "아까 사장님을 만나고 왔다"며 운을 뗐다.
"구단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공격 부분에서 기현이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용병이 필요해 이야기를 해봤다"고 털어놓은 김 대행은 좀 더 사정을 봐야 할 일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분명 열악한 인천의 재정 상황에서 새 용병, 그것도 좋은 용병을 데려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용병을 데려오지 않고서는 설기현의 외로움을 털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해결책을 알면서도 쉽사리 시도할 수 없는 '외로운 설기현의 짝찾기'는 인천이 빠진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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