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일격이었다.
'빅보이' 이대호(31)가 지난 19일 야쿠르트와의 교류전 원정경기에서 1-2로 패색이 짙은 9회초 2사1루에서 야쿠르트 소방수 바네트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를 터트렸다. 비록 9회말 동점을 내주었지만 11회초 선두타자로 볼넷을 얻어 결승득점까지 올렸다.
이대호의 시즌 6호 홈런은 야쿠르트에는 뼈아픈 피탄이었다. 소방수 바네트는 임창용의 바통을 이어 무적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다. 전날까지 18경기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당연히 방어율은 제로. 그러나 이대호의 한 방에 걸려들어 2실점했고 방어율도 0.96으로 높아졌다.

당사 오가와 순지 감독은 걸러도 좋다는 사인을 냈다. 그러나 바네트는 승부를 걸어왔고 바깥쪽으로 찌른다는 컷패스트볼이 몸쪽으로 쏠리면서 홈런을 맞았다. 이대호의 홈런이 왼쪽 관중석 깊숙한 곳에 떨어지자 오가와 감독의 얼굴은 굳어졌다.
이대호는 "높은 직구를 기다렸다. 소방수는 자존심이 강하다. 당연히 승부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어율 제로의 투수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거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회심의 일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야쿠르트의 토요일 불패 행진을 깼다는 것이다. 야쿠르트는 개막 이후 토요일에 열린 8경기 모두 승리를 챙겼다. 이대호의 활약에 토요일 전승 행진이 무너졌다. 야쿠르트는 이날 패배로 선두 주니치에 1.5경기차로 밀려났다.
팀에도 구세주였다. 이대호의 홈런과 결승 득점으로 오릭스는 6연패에서 벗어났다. 거의 7연패로 넘어지는 순간 이대호이 홈런 한 방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4번타자 이대호가 조금씩 오릭스의 대들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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