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한국 배구, 왜 이런 수모 겪어야 하나"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5.20 14: 05

"한국 배구가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가. 참담하다".
지도자 생활 처음으로 진한 눈물을 뿌린 박기원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61)이 끓는 속내를 드러냈다. 100%가 아닌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며 명승부를 펼쳤던 선수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국제대회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던 수준 이하의 심판 판정이 박 감독의 속에 활활 타는 불을 붙였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새벽 이탈리아 피렌체 넬슨 만델라 포럼에서 열린 2012 월드리그 예선 C조 미국과 경기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서도 수준 이하의 심판 판정에 발목을 잡혀 통한의 2-3(25-20 25-18 17-25 23-25 15-17) 역전패를 당했다.

다 잡은 경기를 눈 앞에서 놓친 터라 아쉬움과 분노는 더욱 컸다. 전날 세계랭킹 3위인 홈팀 이탈리아전에서도 석연찮은 심판 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한국은 이틀 연속 승리를 도둑맞은 셈이 됐다.
한국은 파이널 세트에서만 명백한 인코스 득점을 두 번이나 노카운트 판정을 받는 등 주심 피터 바직(슬로바키아)과 부심 고시바 시게루(일본)의 석연찮은 판정에 울어야 했다.
박 감독은 물병을 발로 걷어차는 등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며 역정을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탈리아 관중들이 "코리아"를 연호하며 판정 때문에 패한 한국을 위로했을 정도.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대회 조직위원회와 감독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국제배구연맹(FIVB) 고위 관계자도 박 감독의 등을 두드리며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한국 배구가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가. 참담하다. 국제대회에서 심판 판정이 상대 항의에 의해 번복되는 경우를 처음으로 봤다"며 "수준이 떨어지는 심판은 이런 대회에 나서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이날 경기서 미국은 한국에서 뛰었던 프리디(19점)와 앤더슨(16점)이 맹활약해 눈길을 모았다. 한국은 이틀 연속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승점 2점으로 이탈리아(2승, 승점 5) 프랑스(1승1패, 승점 3) 미국(1승1패, 승점 2)에 이어 C조 최하위로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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