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5연패에 첫 3연전 싹쓸이 패배. 그것도 잠실 라이벌에게 당한 3연전 스윕 굴욕인만큼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을 수 있는 시점이다. 5연패로 5위까지 내려앉은 두산 베어스의 자화상이다.
두산은 지난 20일 잠실 LG전서 연장까지 가는 끝에 5-7로 패하며 지난 16일 잠실 한화전부터 5연패로 주저 앉았다. 시즌 전적 16승 1무 16패(21일 현재)로 승률 딱 5할에 페넌트레이스 5위. 한때 자신들이 앞서갔던 선두 SK와는 3경기 반 차다.
격차가 작을 수도 있으나 대체로 3경기 반 차를 극복해내는 데는 적어도 한 달 가량은 걸린다. 아무리 연승 바람을 타도 상위권 팀이 손 놓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점자는 현재 연패의 길을 겪고 있다. 결국 하위팀 선수단이 얼마나 패배의식을 떨치고 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 가운데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얌전하다”라는 이야기했다. “때로는 소리도 지르고 액션도 보이고 해야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다. 시즌 전에도 김 감독은 액션이 크던 오재원(27)을 독려하며 ‘팬을 위해 그런 모습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팬을 위해 화장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과거 홍성흔(롯데)이 있던 시절 두산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대로 침체되는 팀이 아니었다. 홍성흔을 필두로 타자들은 배팅 케이지에서 ‘윽’ 소리를 내면서 좋은 타구를 양산하고자 했다. “연습 중이라도 좀 더 힘을 내기 위해 ‘윽’ 소리라도 낸다”라던 홍성흔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이 연습할 때 만은 아니었다. 4~5년 전 만해도 그들은 동료의 타구를 바라보며 ‘오늘 한 방 날리겠는데’라며 농 섞인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성열(28)이 처음 두산에 이적했던 2008시즌 도중 홍성흔, 유재웅(SK) 등이 “힘 하면 이성열이지”라며 기를 불어 넣어주고자 노력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이성열만이 아니라 기운이 떨어진 선수가 있다 싶으면 오히려 배팅 케이지는 격려하고 농담하느라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두산은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목소리를 높이며 독려하는 모습이 사라진 팀이 되고 말았다. 고마키 유이치 불펜코치나 외국인 마무리 스캇 프록터(35)까지 나서서 밝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야수진에서 예전 같은 분위기는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5연패 기간 동안 타선 침묵이나 수비실수 등이 겹치며 팀이 추락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반환점도 돌지 않았고 시즌도 100경기나 남아있다.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파이팅을 외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기다.
어느 순간 두산 선수단은 안 좋은 분위기가 감지되면 이를 숨기고 함구하는 데 급급한 팀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와 함께 팀 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팀 분위기도 무거워졌다는 내부 평이 속출했다. 선수단 면면을 생각해보면 최근 2~3년 간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팀이 변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팬들이 쉽게 이야기하는 '주전 선수들을 바꿔버리는 일'. 말은 쉽지만 결국 팀 전략을 거의 다 바꿔버리는 결과도 낳을 수 있어 팀이 끝 모르게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예상하지 못한 유망주가 갑자기 튀어나와 미치지 않는 한 결국 주전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야 팀이 반등 기회를 얻는 법. 5연패로 5위까지 떨어진 두산 선수단은 예전의 ‘허슬두’ 정신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