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벌어진 20일 사직구장.
롯데가 3-1로 앞선 가운데 KIA는 5회초 공격을 맞았다. 선두타자 이용규가 볼넷을 얻어 걸어나간 뒤 김선빈 타석때 2루를 훔치고 내야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 한 점 만회할 기회에 김원석이 타석에 섰다. 시즌 첫 승리를 위한 최소요건의 마지막 이닝을 남겨 둔 롯데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는 몸 쪽 146km짜리 빠른 공을 던졌다.
이 공은 강민호가 미트를 가져댔으나 타자 바로 앞에 떨어졌다. 자칫하면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으로 파고 들 수도 있는 상황. 강민호는 재빨리 공의 위치를 파악해 잡으려 했으나 그 순간 타자 김원섭이 아무 생각없이 공을 포수 뒤로 쳐 버렸다. 마치 골프 퍼팅을 하듯이 방망이로 툭 친 공은 백네트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다급해진 강민호는 김원섭과 전일수 구심에 가볍게 항의를 했고, 사도스키 역시 3루쪽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타석 쪽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 하던 김원섭도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고 전일수 구심은 가볍게 경고를 하고 넘어갔다. 당시 상황은 엄연한 인플레이 상황이다. 주자가 움직일 수도 있는 순간 김원섭의 행동은 자칫 수비방해 판정을 받을 뻔했다.
한국야구위원회 '2012년 야구규약' 6.06 (c)항에 따르면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남으로써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또는 어떠한 동작으로든 본루에서의 포수의 플레이를 방해했을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면 김원섭은 그대로 아웃될 수도 있던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2010년 7월 29일 목동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9회 1사 2루서 이종욱은 포수 강귀태의 미트를 맞고 발 아래 떨어진 공을 별 생각 없이 주워다 줬다. 이 모습이 마치 밀레의 '만종'에 이삭줍는 여인과 닮았다고 해 '이삭줍기'라고 불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미 2루주자 고영민이 3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었다는 것. 투수 손승락과 강귀태의 항의에 의해 결국 고영민은 아웃처리 됐다. 그리고 이종욱은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사실 야구 규정에 따르면 당시 고영민의 아웃 처리는 부당했다. 당시 심판진의 야구규정에 대한 착각이 있었고 경기가 끝난 뒤 논의 끝에 '2루 주자 고영민의 아웃'이 아닌 '타자 이종욱은 아웃, 고영민은 2루로 귀루조치'가 맞는 판정이었다고 오심을 인정했다.
어쨌든 2년 전 이종욱의 '이삭줍기'와 김원섭의 '퍼팅'은 근본적으로 같은 상황이다. 주자가 있고 인플레이 상황에서 포수의 수비를 명백하게 방해한 것. 그렇지만 판정은 달랐다. 이에 대해 20일 사직 롯데-KIA전 구심이었던 전일수 심판위원은 "이종욱과 김원섭의 경우는 주자의 움직임이 있었냐 없었냐를 기준으로 둔 것"이라며 "김원섭도 별 뜻없이 행동을 한 것이고 실제로 주자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래서 융통성을 발휘해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만약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으로 뛰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에 대해 전일수 심판위원은 "그랬다면 타자 김원섭은 수비방해로 아웃이다. 그리고 3루 주자 이용규는 원래 베이스였던 3루로 귀루조치 된다. 주자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김원섭의 행동은 그냥 넘어갔지만 분명 불필요한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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