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겨울 동안 2명의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가 팀을 떠나며 의문부호만 가득했던 LG 마운드가 팀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SK(3.60)에 이은 팀 평균자책점 부문 2위에 올라있다. LG는 높아진 마운드에 힘입어 지난주 5승 1패의 호성적으로 시즌 첫 4연승과 함께 5할 승률 +4(19승 15패)를 달성, 시간이 흐를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즌 개막 당시만 하더라도 선발진에는 벤자민 주키치 외에는 팀 승리를 가져올만한 선발투수가 없어 보였고, 불펜진은 레다메스 리즈의 마무리 투수 전향에 대한 반신반의만 가득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LG의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마치 어디선가 퍼즐조각들이 튀어나와 빈 공백을 메워가고 있는 실정이다.

선발진은 이승우·최성훈·임정우 깜짝 신예 선발 3인방의 등장으로 어느덧 기존 선발투수들이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하는 처지다. 지난 시즌 주키치·리즈·박현준에 의존하며 선발투수 세 명이 LG가 올린 59승 중 절반이 넘는 34승을 합작한 것에 반해 올 시즌에는 선발진에 자리한 5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리즈가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돌아와 10⅔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LG 선발진은 앞으로도 균형을 이룬 채 단단히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불펜진 역시 선발진의 중심에 주키치가 있는 것처럼, 유원상이 축을 이룬 가운데 몇 차례의 변화 속에서도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마무리 투수 리즈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유원상과 봉중근이 각각 평균자책점 0.94, 2.16으로 활약하며 불펜을 지키는 중이다. 원포인트 릴리프 이상열이 평균자책점 2.84로 지난 두 시즌의 활약을 이어가는 가운데 류택현, 한희, 우규민 등이 부상과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작년 필승조로 활약했던 임찬규가 불펜으로 돌아와 이들의 공백을 메우려한다.
주목할 부분은 아직 LG 마운드는 완전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원래 올 시즌 목표는 투수 20명은 쓰는 거였다”며 앞으로 1군 무대에 올릴 투수가 가득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활약했지만 시범경기 부진과 부상으로 이승우에게 자리를 넘겨줬던 좌완 신재웅이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23을 올리며 1군 콜업 대기 중이다. 막강한 구위에도 제구력 불안과 몸 상태에 물음표가 붙어있는 신정락도 여름내 1군 진입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평균자책점 2.84로 베테랑 신화를 쓰고 있는 류택현은 갈비뼈 실금 부상이 완쾌된 상황이다. 류택현은 6월 복귀를 목표로 기량 점검 차원의 퓨처스리그 등판을 앞두고 있다. 봉중근은 6월부터는 연투가 가능, 본격적으로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에 4월 LG 불펜진을 풍부하게 만들었던 한희와 우규민까지 예정대로 6월에 제 컨디션으로 돌아온다면 LG 마운드의 진짜 모습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차 코치는 “6월이 되면 LG 마운드의 색깔이 나올 것이다. 우리 팀 마운드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것도 6월부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LG가 잃어버린 9년을 보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였다. 지난 9년 동안 LG는 상위권 팀에 비해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뒤떨어졌다. 그나마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 성공으로 수준급 선발진을 구성했지만 선발투수 5명의 균형이 제대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고 불펜진은 9회 최다실점율을 기록하며 불안했다.
시즌 성적은 결국 팀 평균자책점과 평행노선을 타기 마련이다. 작년 LG 역시 팀 평균자책점과 성적이 평행곡선을 그렸었다. 지난 시즌 34경기를 치렀을 당시 팀 평균자책점도 3.80으로 올해와 똑같았는데 이후 LG는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탔고 팀 평균자책점 4.15로 시즌을 마쳤다. 오는 6월 본색을 드러낼 LG 마운드가 지금보다 더 막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비로소 지난 9년의 악몽도 막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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