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6볼넷 진기록' 이호준, 운이 아닌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21 15: 52

SK 4번타자 이호준(36)이 보기 드문 진기록을 작성했다. 한 경기 6타석 6볼넷이라는 한국프로야구 31년 사상 최초의 진기록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호준은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1회·3회·5회 그리고 타자일순한 7회 2타석과 9회 마지막 타석까지 모두 볼넷을 골라냈다. 종전 기록이었던 한 경기 5볼넷은 8차례 있었지만 6볼넷은 이날 이호준이 처음이었다. 한 경기에 6타석을 들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모두 볼넷으로 출루하는건 더더욱 어렵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진기록으로 남을 전망. 
이날 이호준은 유창식에게 3개, 박정진·안승민·마일영에게 1개씩 볼넷을 얻어냈다. 고의4구 없이 스트레이트 볼넷은 1개 뿐이었고, 3B2S 풀카운트 승부도 3번이나 있었다. 6타석에서 총 33개의 공을 맞아 스윙도 5번 했다. 그 중 4개는 파울이 됐고, 1개는 헛스윙이었다. 이호준이 타격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기록이 걸린 9회 마지막 타석 2B1S에서도 과감하게 배트를 돌려 좌익선상 밖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파울을 쳤다. 

사실 올해 이호준은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로 볼넷보다 삼진이 많았지만 올해는 볼넷이 21개로 삼진(18개)보다 많다. 이호준의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건 데뷔 후 처음. 전성기였던 2003~2004년 볼넷·삼진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전성기에 버금가는 선구안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호준은 "삼진을 개의치 않고 있다. 작년까지는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스윙을 했다. 삼진을 먹더라도 자신있게 스윙하려다 보니 오히려 나쁜 공에 배트가 안 나가기고 출루율도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스윙을 돌릴 때 배트끝에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는 마음으로 한다. 어설픈 스윙은 하고 싶지 않다. 변화구를 툭 쳐서 병살타 되는 것보다 시원하고 과감하게 배트를 돌려서 삼진 당하는 게 더 낫다. 1사 1·3루에서는 그런 게 오히려 팀플레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스윙을 하다 보니 상대 투수들이 쉽게 승부를 걸어오지 않는다. 여기에는 배터 박스에서 최대한 떨어져 치는 변화도 한 몫 했다. 이호준은 "배터박스에서 떨어져서 치고 있다. 원래부터 바깥쪽에는 자신이 있었다. 상대 투수가 몸쪽으로 승부하려다 가운데 몰리는 걸 치고 있으니 장타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 투수로서는 제구가 되지 않을 경우 장타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호준과의 승부가 예년보다 더 신경 쓰여질 수밖에 없다. 위협적인 타자가 된 이호준은 올해 출루율 2위(0.452)와 장타율 4위(0.590)에 올라있다. 
이호준은 올해 홈런 6개 중 잡아당겨서 넘긴 좌월 홈런은 1개밖에 없다. 중월 홈런이 4개, 우월 홈런이 1개로 비율이 더 높다. 가운데 방향으로 타구가 이상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박스 가장자리에서 밀어치는 게 가능해졌다. 여기에 역으로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후회없는 스윙이 더해졌다. 이호준의 한 경기 6볼넷은 행운도 많이 따랐지만 결코 운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들이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