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프로야구 최고의 공격형 포수를 꼽으라면 단연 강민호(27,롯데 자이언츠)다. 프로데뷔 9년차인 강민호의 통산 타격 성적은 타율 2할7푼6리 100홈런 408타점 출루율 3할4푼4리 OPS 0.785로 포수로서는 더 이상 훌륭할 수 없다. 매년 3할 언저리의 타율에 20개에 가까운 홈런, 그리고 중심타선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선수가 강민호다.
그러한 강민호의 우상은 바로 박경완(40,SK 와이번스)이다.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강민호는 평소 "포수는 수비가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동양인 포수 조지마 겐지(전 시애틀 매리너스) 역시 "포수에게 타격은 덤"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박경완은 '공수겸장'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통산 타율은 2할5푼이지만 홈런(313개), 타점(994점), 득점(912점)은 역대 포수 가운데 1위 기록이다. 2000년 40홈런, 2004년엔 34홈런으로 두 차례 홈런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 데뷔 때부터 박경완을 목표점으로 삼았던 강민호는 국가대표에서 만나 적지않은 영향을 받았다. 박경완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땐 강민호에게 "내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는 너 뿐이다"라고 말했으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송구동작 등 노하우를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줬다.

그리고 지난 19일, 강민호는 우상이 갖고 있던 기록 하나를 깼다.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강민호는 1-0으로 앞선 4회 심동섭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시즌 5호 홈런이자 프로통산 100호 홈런이었다. 홈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던 배트걸이 더 화제가 된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이 홈런으로 강민호는 역대 포수 최연소 100홈런 달성자가 됐다.
강민호의 100홈런이 더 의미있는 건 우상이었던 박경완의 기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박경완의 통산 100홈런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1999년 7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뤄졌는데 27세 7일만의 기록이었다. 종전 포수 최연소 100홈런이었다. 이번에 강민호는 26세 9개월 1일만에 100홈런을 찍었다.
박경완의 기록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강민호에겐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박경완 선배는 내 롤 모델이었다. 선배께서도 항상 내 기록을 깰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비교 당하는 것조차 영광스럽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렇지만 이미 강민호는 그 다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까지 홈런 가운데 100번째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강민호는 "경완 선배의 기록을 깬 건 좋다. 그렇지만 선배의 기록을 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경완 선배는 한 해 40개의 홈런을 넘긴적도 있다. 선배의 홈런 기록(313개)에 도전하기 위해선 나도 40홈런을 넘겨야 할 것 같은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타석에서 만점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강민호지만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그는 더욱 빛난다. 올 시즌 강민호는 롯데가 치른 34경기에 모두 출전, 그 가운데 단 1경기만 빼놓고 선발 마스크를 썼다. 날이 더워지며 체력적으로 부담이 더해질 시기지만 그는 항상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젊은 포수 강민호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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