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을 벗은 '후궁'(김대승 감독)은 노출보다 강력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으로 깊이 있는 사극영화를 만들어냈다.
'후궁'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19금 영화'의 마지막 네 번째 작품으로 그 노출 수위로 관계자들과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한 영화다.
하지만 2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은 '후궁'은 노출에 대한 자극보다도 주인공 김동욱, 조여정의 새로운 모습으로 흡인력을 높인다.

특히 처음으로 사극 영화에 도전한 김동욱의 '왕' 변신은 기존의 그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스크린을 휘어잡는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가질 수 있어도 가질 수 없는 여인 화연을 바라보는 슬픈 로맨티스트인 제왕 성원대군 역을 맡은 김동욱은 광기와 집착에 사로잡힌 모습을 펼쳐보인다.
유일하게 마음에 품은 여인 화연마저도 어머니 대비(박지영)의 계략으로 형수로 맞아야 했던 성원대군이 자신을 왕좌에 올려놓은 어머니의 비뚤어진 애정에 점점 미쳐가는 모습은 영화의 큰 줄기다. 특히 어머니와 신하들이 얇은 문 하나를 두고 지켜보는 가운데, 숨 막힐 듯한 정사를 벌이는 성원대군의 모습은 남자로서 왕으로서의 모욕과 슬픔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브라운관에서 이어진 왕 열풍이 스크린에서 김동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여정은 청순과 관능미, 여기에 팜므파탈로서의 카리스마 등 다채로운 색깔을 선보인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모정으로 캐릭터의 변화가 이끌여지는 화연이 성원대군과 벌이는 감정대결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전작 '방자전'과 사극영화, 뛰어난 미색을 지닌 여인이라는 점이 공통되지만 한 아들의 어머니이자 중전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조여정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 화제를 모았던 노출과 정사신은 성원대군과 화연의 권력 관계, 내적 갈등의 묘사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드러낸다.
에로틱 궁중사극을 표방하는 '후궁'은 사극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략과 음모, 여기에 피바다가 판치는 왕좌의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TV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한 파격적인 장면과 새로운 왕의 탄생은 사극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6월 6일 개봉.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