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상위팀간의 대결이다.
LG와 넥센이 잠실구장에서 22일부터 올 시즌 세 번째 3연전에 돌입한다.
지난해 LG가 6위, 넥센이 8위에 자리한 하위권 팀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판국이다. 3위 LG가 5월 11승 7패, 2위 넥센이 5월 10승 1무 7패의 호성적을 거두면서 LG-넥센의 엘넥라시코는 상위팀의 박빙구도가 됐다. 양 팀 모두 시즌 전 전망을 비웃듯 투타 안정을 바탕으로 수준급 경기력을 자랑, 새로운 서울 라이벌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 스피드의 LG, 힘의 넥센
올 시즌 LG는 빠른 발을, 넥센은 화끈한 홈런포를 내세워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리고 있다.
LG는 팀 도루 48개로 리그에서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한다. 박용택과 이대형이 각각 도루 10개씩을 올린 가운데 양영동(6개), 이병규(7번, 5개)도 도루 부문 20위 안에 자리해있다. LG는 이들 외에도 오지환·이진영·김용의·김일경 등 스피드를 지닌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발야구에 임하고 있는 LG는 수비에서도 향상된 외야 릴레이 플레이로 공격에선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수비에선 한 베이스를 덜 내준다. LG는 도루 외에도 3할 타자를 네 명(박용택, 이진영, 이병규(7번), 최동수) 보유하며 정교한 타력을 과시한다.
팀 홈런 36개로 SK와 팀 홈런 부문 공동선두에 위치한 넥센은 강정호-박병호의 거포 듀오가 공격의 핵을 이루고 있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21홈런을 합작함과 동시에 각각 32타점·30타점으로 타점부문 1, 2위에 자리, 리그 최고의 4, 5번 타자 라인을 구축 중이다. 특히 강정호는 리그 최다 홈런 13개를 때려내며 한국 프로야구의 에이로드가 되려한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자신을 힘들게 했던 4번 타자 중압감에서 벗어나 보다 간결해진 타격폼으로 22년 만에 유격수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철벽 토종 마무리, 비슷한 마운드 구성
LG와 넥센은 비슷한 마운드 구성으로 팀 평균자책점 부문 2위(3.60)와 3위(3.80)를 마크, 높은 마운드를 구축 중이다.
LG는 레다메스 리즈가 선발투수로 복귀한 두 경기에서 10⅔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 지난해 1·2선발 리그 최다 이닝을 합작했던 벤자민 주키치와 함께 다시 한 번 막강 외인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1선발 에이스 주키치는 평균자책점(2.13·1위) 다승(5승·1위) 투구이닝(55이닝·3위) 등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올 시즌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다. 주키치는 주무기 커터의 제구력 향상으로 좌타자에게도 몸쪽 승부가 가능, 지난 시즌 3할2리였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2할1푼5리까지 끌어내렸다.
리즈가 떠난 마무리 자리에 봉중근-유원상이 더블 스토퍼로 위치, 8세이브를 합작하고 있다. 이미 6세이브를 올린 봉중근은 6월부터 본격적인 마무리 투수로 나서 LG 마무리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LG에서 주키치가 기량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면 넥센은 브랜든 나이트가 에이스로 다시 태어났다. 나이트는 지난 시즌 유난히 경기 중반에 고전, 투구이닝(172⅓)에 비해 7승 평균자책점 4.70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나이트는 지난 겨울 김시진 감독에게 100% 컨디션을 만들어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무릎 부상에서 탈출, 구위와 제구력이 모두 향상됐다. 나이트는 평균자책점(2.28·2위) 다승(5승·1위) 투구이닝 (51⅓이닝·4위)로 넥센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좌완 외국인 투수 밴헤켄은 평균자책점 2.72 총 7경기 등판서 6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자기 몫을 다하고 있고 정상급 마무리 손승락도 9세이브 평균자책점 1.72로 여전히 철벽뒷문을 형성 중이다.
LG와 넥센 선발로테이션에 변화가 없다는 가정 하에, 나이트는 23일 정재복과, 주키치는 24일 김병현과 선발 대결을 벌인다.
▲ 어느덧 관중폭발 유도하는 또 하나의 흥행카드
지난 시즌 한 점차 접전 아홉 번과 연장승부 다섯 번으로 만나기만 하면 피 말리는 승부를 펼쳤던 양 팀은 올 시즌에도 다섯 번의 맞대결 중 세 차례에 걸쳐 8회 이후 승부가 뒤집히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초접전 흐름 속에서 마지막에 웃는 쪽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작년 12승 7패로 상대전적 우위를 점했고 올 시즌에도 4승 1패로 LG에 강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오는 넥센 3연전에 대해 “지금까지는 우리가 넥센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하고 있어 부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저쪽이 우리보다 위에 있다. 부담 없이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과 함께 각오를 다졌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 LG와의 3연전 중 “우리가 상대전적에서 월등한데 ‘엘넥라시코’ 보다는 ‘넥엘라시코’가 더 낫지 않나”라고 신경전을 벌이는 한편 “무슨 철천지 원수를 졌길래 만나기만 하면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라이벌 구도를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LG는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넥센 공포증을 이겨내야 한다. 넥센 역시 올 시즌 LG와의 3연전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탄만큼 LG전 절대우위를 결코 놓칠 수 없다. 역대 최초로 목동구장 이틀 연속 평일 매진을 기록, 어느덧 프로야구 흥행카드로 떠오른 양 팀의 대결이 다시 한 번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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