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닝요 재심 기각' 체육회, 축구협회 즉흥 행정 '지적'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5.22 11: 02

즉흥적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갑작스러운 도전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하는 것이 필요했다. 순혈주의를 고집한 것이 아니라 사회 통념을 깨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빠르게 결정을 하고 싶었던 대한축구협회의 무리한 행정이 실패로 돌아갔다.
'녹색독수리' 에닝요(31, 전북)의 귀화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첫 번째 심사에 이어 두 번째서도 대한체육회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22일 서울 오륜동 체육회관서 제20차 법제상벌위원회를 마친 후 "지난 번 19차 상벌위원회서 결정했던 미추천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복수 국적 추천 심의에 통과하지 못했다. 축구협회에서는 2개의 사유로 재심의를 청구했다. 순수 외국인과 관련된 문제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축구의 월드컵 진출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결국 고민 끝에 기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대한체육회의 1차 거부에 대해 정면 대응을 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과연 체육회 측에서 에닝요의 경기력과 인성 등을 직접 봤는지 되묻고 싶다. 에닝요의 나이 문제를 거론하는데 나이가 많으면 월드컵에 나서면 안 되나. 감독이 특별귀화 요청을 할 정도라면 그 선수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드러나는 것인데 그 부분은 알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입장은 끝까지 고수됐다. 최 총장은 "최강희 감독과 축구협회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국민에 기쁨을 줘야 할 축구에서 스포츠의 기본정신을 벗어나는 합당하지 않은 조건의 선수를 추천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대표 이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포함한 이중 국적을 부여하는 문제인 만큼 그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축구협회서 다시 제시한 이유의 타당성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최 총장은 축구계가 귀화 선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을 통해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이 즉흥적인 방법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총장은 "K리그 각 구단과 협회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런 의견이 이번 상벌위에서 많이 나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국적 취득에 비해서 특별귀화는 시험을 면제해 준다. 필수 요건인 한국어 구사 능력과 문화 습득 능력이 필요하다. 농구의 문태영-문태종의 경우는 KBL에서 장기적으로 언어를 배우게 하는 계획이 있었다. 또 어머니가 한국계였기 때문에 완충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육회의 이번 결정은 순혈주의를 고집한 셈이다. 에닝요가 근본적으로 대표팀에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원칙을 고수했다.
에닝요의 귀화와 관련 그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인신 공격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이방인에게 특별귀화를 통해 이중 국적의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동안 축구계에는 귀화선수들이 있었다. 그중에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 일반귀화였다. 국가대표로서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지위를 갖겠다는 의도였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입장이라 볼 수 있다. 에닝요가 첫 번째 심사 대상이 됐다가 희생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문호를 닫아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열리겠지만 이번 사례는 축구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귀화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과제로 남겼다.
10bird@osen.co.kr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