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아요.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이 정도로 상처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선수가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아서".
최강희 감독은 22일 오전 OSEN과 전화 통화에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더 이상 에닝요(31, 전북)의 귀화에 관련해서 할 말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3년 동안 지켜봐 온 선수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과 그로 인해 선수가 받은 상처에 대해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오전 열린 제20차 법제상벌위원회를 통해 "지난 번 19차 상벌위원회서 결정했던 미추천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심까지 간 끝에 에닝요의 귀화 추천이 다시 한 번 거부된 것.

이에 대해 최 감독은 "귀화가 됐을 때, 안됐을 때의 2가지 방향을 모두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부됐다고 해도 특별한 것은 없다"며 "처음 시도하는 일인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논란거리가 되고 왜곡될 줄 몰랐다"고 전했다.
라돈치치와 에닝요는 지난 겨울부터 귀화를 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화 이야기가 들려왔을 때도 최 감독은 눈 앞의 쿠웨이트전 준비에 정신이 없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시기부터 귀화 문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왔고 협회와 의논 끝에 귀화 신청을 하게 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부풀려지고 왜곡된 이야기에 최 감독도 에닝요도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최 감독은 "에닝요는 대단히 예민하고 내성적인 선수다. 통역을 통해 특별귀화 요청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한국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서 귀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개인적인 욕심으로 비쳐지면서 본인도 많이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또한 "화가 나는 것은 내가 의도했던 선수들의 진정성, 그런 부분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왜곡됐다는 점이다"라며 "에닝요와 3년을 같이 있었다. 어떤 선수인지 잘 아는데 에닝요의 진정성이 하나도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수원 구단은 현재 라돈치치 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한 최 감독은 "선수들이 원한다면 일반 귀화라도 시키겠지만 그건 선수와 구단의 몫이다. 이미 대표팀 26명 선발한 상황에서 더 이상 귀화 문제로 뽑느냐 마느냐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귀화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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