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가 5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토요일 예능의 강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는 ‘불후’가 첫 전파를 탔을 때 MBC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아류 프로그램 아니냐는 혹평을 받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입지다. 실제로 방송 초반 ‘불후’는 프로 가수들끼리 경쟁을 벌이고 방청객들의 투표로 그 결과가 가려진다는 점 때문에 ‘나가수’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불후’는 가요계의 살아 숨쉬는 역사라 불리는 전설의 가수들을 초대해 후배 가수들이 ‘전설’의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나가수’의 아성을 뛰어 넘고 있다. 지난 달 29일 ‘나가수’가 ‘나가수2’로 돌아온 시점에서 ‘나가수’보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불후’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어떻게 ‘불후’는 어떻게 ‘나가수’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우선 메인 MC 신동엽의 맛깔 나는 진행이 한 몫을 크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신동엽은 가수들의 무대 순서를 무작위로 뽑으면서 매주 다른 소개 멘트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불후'의 애청자가 아니라면 그의 가수 소개 멘트를 듣고도 그 가수가 누군지 쉬이 감을 잡기 힘들 정도. 그는 또 순서를 발표하기 전 가수 이름이 씌여진 공들을 휘휘 젓는 동작을 통해 순서 추첨에 관해 사전에 짜여진 사항이 없음을 더욱 확실히 해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을 더한다. 특히 노래 순서는 우승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시청자들 뿐 아니라 출연 가수들의 관심까지 집중시키며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와 반대로 ‘나가수2’는 순서를 추첨하는 과정을 생략한다. 녹화 전 이미 결정된 ‘나가수2’의 경연 순서는 MC 박명수가 경연 시작 전 가수들의 대기실을 방문하며 자연스레 공개된다. 메인 MC 이은미도 ‘신들의 축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우아하고 무게감 있는 진행을 선보이며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 넘나드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신동엽의 재치 넘치는 진행을 앞세워 웃음기 넘치는 경연을 펼쳐나가는 ‘불후’가 ‘나가수2’와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대기실 토크도 ‘불후’를 예능다운 예능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현무 KBS 아나운서와 가수 문희준을 필두로 하는 대기실 토크는 신동엽의 재치 있는 진행과 맞물려 ‘불후’ 만의 유쾌함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출연 가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석이조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불후’의 유쾌한 대기실 분위기는 대기실 상황을 마치 전장에 나가기 직전의 비장함이 감도는 분위기로 그리며 매우 제한적으로 보여주는 ‘나가수2’와의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 사실 ‘나가수2’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기실 토크가 간결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생방 경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들에게서 여유 있는 농담을 기대하는 것도 살짝 무리가 따르며, 이마저도 생방 실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건조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나가수1’에서 개그맨 매니저들을 투입시켜 재미를 강조할 수 있었던 것은 녹화 방송이기에 가능했던 요소다.
가수들의 득표수를 공개해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연출하는 것도 ‘불후’만의 매력이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불후'에서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에일리가 명곡판정단 419명으로 부터 지지를 받아 418표를 기록한 다비치의 이해리를 1표 차로 누르고 1위에 오르는 명승부를 연출해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나가수2’는 현장평가단과 재택평가단(문자투표) 투표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김영희 PD는 앞서 OSEN에 “어차피 현장평가단과 문자투표 점수를 합산해서 최종 점수를 매기는데 가수들에게 누구는 몇 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가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해 점수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며 점수를 밝힐 의향이 없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불후’는 두 가수 중 더 많은 표를 받은 가수들의 득표수를 공개적으로 밝힌다. 이는 대결에서 패한 가수들의 명예도 지키면서, 명곡판정단이나 시청자들이 생각했을 때 의외의 우승자가 나오지 않게끔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줘 우승 논란을 사전에 잠재우겠다는 처사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나가수'의 가수들처럼 농익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잘 하면서도 각기 개성이 뚜렷한 가수들은 꾸준히 찾는 ‘불후’를 찾으며 성장하고 있다. 가수 알리는 '불후'에서 수많은 전설들의 명곡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소화해내 '불후'의 안방마님으로까지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게 됐으며, 크로스오버 테너이자 뮤지컬 배우로 그동안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임태경은 '불후'를 통해 뛰어난 가창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여성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가수들이 또 ‘불후’를 찾고 ‘불후’로 인해 성장할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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