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다 보면 죽더라도 무언가 배우는 게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8개 구단 중 최다 도루 실패(18개)를 기록하고 있다. 도루 성공 개수는 4위(38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대 팀 감독들은 넥센을 주자를 출루시키면 이른바 '귀찮은' 팀으로 꼽는다.
1번부터 9번까지 안 뛰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주전급 선수 중 도루 시도가 없는 선수는 포수 허도환, 지명타자 오재일에 불과하다. 넥센 타자 중 작전 없이도 뛸 수 있는 '그린 라이트'를 부여받은 선수는 장기영, 정수성, 서건창 등 6명이나 된다.

이처럼 선수들이 타순에 가리지 않고 뛰는 것은 팀의 올해 전략이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많이 뛰라고 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나가 뛰다 보면 죽더라도 무언가 배우는 게 있다"고 말했다.
실패를 통해 선수들이 직접 몸으로 배우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다. 김 감독은 "실패해서 덕아웃에 돌아와 앉으면 자신들도 생각이 날 것이다. 리드 폭이 너무 넓었는지, 타이밍이 좋지 않았는지 등을 따지다 보면 깨닫는 게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김 감독이 우스갯소리를 섞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상대팀에서 '쟤네(넥센 타자)들은 죽는데 자꾸 뛰네?' 이러다 보면 이게 작전인지 실력인지 혼란이 올 것이다. 그렇게 신경쓰다 보면 상대팀이 페이스를 잃는다". 커가는 선수들이 많은 넥센의 어리숙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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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