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대신 기교로' 승리 이끈 김동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22 21: 41

세 번째 타석서 상대 투수로부터 13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힘을 뺐다. 경기를 돌아봤을 때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였고 기습적인 2루 도루에 홈 쇄도 시 살짝 태그를 피하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최근 빈타에 허덕이던 '두목곰' 김동주(36, 두산 베어스)가 오랜만에 팀 승리에 제대로 공헌했다.
김동주는 22일 인천 문학 SK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회 선제 결승타 포함 4타수 4안타 1타점을 올리며 팀의 4-2 승리에 공헌했다. 이 승리로 두산은 지난 16일 잠실 한화전부터 이어졌던 5연패에서 벗어났다.
2회 첫 타석서 중견수 방면 안타를 때려낸 김동주는 3회 2사 1,2루서 2루수 정근우의 키를 넘는 1타점 우중간 안타로 선제 결승타점을 기록했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서는 13구까지 가는 대결 끝에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경기 내용 상 김동주가 가장 돋보였던 순간은 바로 6회였다. 2-1로 간신히 앞서던 6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동주는 윤희상과 13구까지 가는 긴 대결을 펼쳤다. 볼카운트 2-2가 된 후 김동주는 윤희상의 공을 5개 연속 파울커트하는 등 중심이 무너져도 배트 끝으로 공을 때려내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3-유 간을 뚫는 좌전 안타로 출루한 김동주는 최준석 타석서 윤희상의 5구 째에 도루를 시도해 2루를 훔쳤다. 마침 그 공이 바운드되는 틈을 타 얻은 행운의 도루였다.
최준석의 우전 안타에 김동주는 포수 조인성의 태그를 감안해 포수 뒤쪽으로 다가가 홈플레이트를 찍는 기교를 보여줬다. 최준석의 우전 안타가 다소 짧은 감이 있어 홈을 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우전 안타였던 만큼 조인성이 박재홍의 송구를 받으려면 등 뒤로 돌아 앉아있어야 하는 점을 잘 찔렀다.
홈으로 그대로 쇄도한 김동주는 몸을 웅크리는 듯한 동작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조인성이 송구를 받은 후 돌아서 김동주를 태그했으나 주자의 손이 조금 더 빨랐다. 타구와 포수 동선을 감안한 김동주의 꾀가 만든 추가점이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김동주.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언젠가 찾아올 노쇠화는 그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베테랑에게는 힘 뿐만 아닌 기교도 있다. 김동주의 22일은 왜 자신이 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알 수 있게 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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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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