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거부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2일 서울 오륜동 체육회관서 제20차 법제상벌위원회(위원장 반장식, 이하 법상위)를 열고 대한축구협회가 신청한 에닝요(31, 전북, 브라질) 복수국적 획득 추천 재심 요청을 기각했다. 법상위는 7일에도 에닝요의 특별귀화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법상위를 마친 후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은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도 복수국적 취득 문제는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국가대표 선발 문제 이전에 국적 취득의 문제”라면서 “에닝요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요건이 지난 번과 달라진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별귀화의 경우에도 최소한 ‘국어능력과 대한민국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국적법 제5조 일반귀화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에닝요는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앞둔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제19차 법상위에서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외국인 선수의 귀화를 허용할 경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 데 이어 재심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축구협회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종준 사무총장은 "(에닝요의) 경기력 및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강희 감독과 축구협회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번 사항은 복수국적 추천의 문제이므로 국민정서, 다른 체육단체와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라면서 "국어 능력과 대한민국 문화 이해도 등에서 봤을 때 에닝요는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축구계가 귀화 선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즉흥적 방법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체육회로서는 1차 거부로 에닝요의 귀화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다시 제출한 서류에는 에닝요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달라진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일례로 한국어 교육 부분에서도 프로농구의 문태종(전자랜드)-문태영(모비스) 형제와 비교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KBL은 문태종-문태영을 위해 경희대에 의뢰해 국어교육을 실시했다. 분명 우리가 1차 법상위 때 지적했던 한국어 교육 부분에 대해서 축구협회가 내놓은 의견이 없었다"면서 "법상위도 적극적으로 이번 귀화에 대해 재고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특별귀화의 경우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엄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법상위에 나왔지만 그저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재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냈다.
축구협회가 강조한 에닝요의 경기력에 대해 체육회는 당초부터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최종준 사무총장이 대구 FC 사장으로 재직했던 시절(2006∼2009) 에닝요를 영입해 전북으로 이적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재심의에서 체육회의 입장은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준비 부족 탓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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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