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전 포수다', 양의지의 소리 없는 포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23 06: 16

뒤늦은 감이 있는 시즌 첫 홈런. 그러나 좋은 공격력도 보여줄 수 있는 안방마님의 홈런인 만큼 앞으로의 기대치를 감안하면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주전 포수 양의지(25)가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양의지는 지난 22일 문학 SK전서 1-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윤희상의 3구 째 슬라이더(132km)를 받아쳐 좌중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이날 양의지는 쐐기 솔로포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마운드에 오른 김선우-홍상삼-스캇 프록터를 잘 조율하며 4-2 승리를 이끌었다. 5연패 탈출의 숨은 공신이었다.
2006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차 8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경찰청을 제대한 2010년 단박에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하며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1년에도 양의지는 3할1리 4홈런 46타점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도루 저지율 4할1푼3리(2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양의지는 30경기서 3할3푼3리 1홈런 5타점(22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 1할7푼6리가 아쉽지만 고된 포수 자리를 소화하면서 올리는 타격 성적임을 감안해야 한다. 2년 후배 최재훈(23)이 경찰청 제대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아직 기량 면에서는 양의지가 우위에 있다.
지난 16일 잠실 한화전서 양의지는 8회 오선진의 좌전 안타 때 김현수의 송구를 잡지 못하는 바람에 최진행의 동점 득점을 막지 못했던 바 있다. 이날 플레이에 대해 김진욱 감독은 양의지를 탓하기보다 도리어 감쌌다.
"의지는 잘못이 없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의지가 크로스플레이를 두려워한다는 이야기가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송구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수 송구가 잘 날아갔으나 바운드 상 포수가 제대로 잡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었고 양의지도 최진행의 쇄도에 달아나지 않고 자리를 잘 지켰다. 의지는 그 때 포수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을 뿐이다. 볼배합 능력에 있어서도 의지가 올해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와 함께 김 감독은 "그 장면을 보면서 카메라가 비추지 않을 때 곁에 있던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를 쿡 찌르면서 '훈련 때 의지도 좀 챙겨줘'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홈런이 잘 나오지 않을 때 김경문 전 감독이 정규 훈련 후 실내 연습장에서 블로킹이나 주자 견제 등을 추가로 연습하는 양의지를 감싸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연습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체력이 달려서 그런 것이다".
최근 들어 양의지는 더욱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대한 투수에게 좋은 리드를 보여주기 위해 연구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경기 전 최재훈의 훈련량이 좀 더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는 주전 포수에 대한 체력 안배의 뜻도 있다. 여기에 양의지는 자신이 가진 강점인 장타력을 보여주며 앞으로 남은 98경기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서 팀 선배이자 백업 포수인 용덕한(31)과 양의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용덕한도 2009시즌 중후반 팀의 안방을 지켰던 포수. '내부 경쟁 체제'에 대해 이야기하던 순간 용덕한은 "의지는 정말 좋은 포수다"라고 이야기했다.
"2007년부터 3시즌 동안 매년 팀의 주전 포수가 바뀌었어요. 어떻게 보면 주전 포수가 바뀐다는 것은 팀 전략이 바뀌는 것이라 그에 따라 야수진도 적응해야 됩니다. 팀의 시각에서 보면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요. 그런데 의지가 주전 포수로 자리 잡으면서 팀이 기틀을 갖춰가고 있어요. 최재훈, 박세혁 같은 후배들도 좋은 포수들이지만 의지는 정말 좋은 포수입니다. 의지와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교체 상황에 대비해 항상 준비해두고자 합니다. 주전 포수가 쉽게 바뀌면 팀의 틀이 또 바뀌니까요".
롯데가 2000년대 말부터 포스트시즌 컨텐더로 자리잡은 데는 젊은 주전 포수 강민호(27)의 존재가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두산은 롯데 부럽지 않은 젊은 주전 안방마님 양의지를 보유한 팀이다. "투수들의 어떤 공이라도 잘 받아내는, 어머니 같은 포수가 되고 싶다"라며 아직 성장 중인 양의지는 더 높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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