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준, '감독의 일침'에 달라져야 산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23 06: 19

달라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영건' 고원준(22)이 이번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선발진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고원준은 2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질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다.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6.03에 그치고 있는 데뷔 4년차 고원준은 데뷔 후 가장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롯데의 2위는 고원준이 없었다면 힘들었다. 시즌 초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고, 순위 경쟁 팀이었던 KIA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해 중요한 순간 승리를 챙겼다. 최고구속 150km에 육박하는 힘 있는 직구와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 조합으로 재미를 봤다. 특히 변화구 습득능력이 뛰어나 롯데 마운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렇지만 올해는 아직 제 실력을 못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1승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라 투구내용 때문에 양승호 감독에게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젊은 선수가 손가락 장난(변화구 구사)을 많이 하면 좋지 않다"고 말하던 양 감독은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 이후 "이렇게 패기 없이 던진다면 2군으로 보낼 수도 있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문제는 그 다음 등판이다. 고원준은 17일 사직 넥센전에서 4⅔이닝 8피안타 9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을 했다. 한참 롯데가 부진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고원준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롯데는 양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스윕패를 당했다. 이미 한 차례 경고를 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2군행이 점쳐지기도 했던 상황.
하지만 양 감독은 다음날 "앞서 등판한 1,2,3선발이 나란히 부진했는데 고원준 혼자 2군에 보낼 수 없다. 만약 2군을 가더라도 선수 본인이 납득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선발진에서 던져 줄 투수도 마땅치 않다"며 일단 한 번 더 두고 보겠다는 반응을 내 놓았다.
그렇기에 고원준에게 23일 삼성전은 중요하다. 직전 등판은 송승준, 라이언 사도스키, 쉐인 유먼 등 먼저 등판했던 선발진이 모두 부진했기에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송승준은 19일 사직 KIA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사도스키 역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또한 유먼 역시 22일 삼성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선발진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기 때문에 상승세를 이어가야만 한다.
또한 고원준은 지난 시즌부터 대구구장 징크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고원준의 대구구장 등판 성적은 3경기 8이닝 2패 평균자책점 13.50이다. 올해는 지난달 26일 한 차례 등판해 5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러한 징크스가 길어진다면 앞으로 고원준이 대구구장에 등판 할 때마다 더욱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원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이나 변화구의 각도가 아닌 패기다. 좋은 투수는 공이 아니라 기세에서 먼저 타자에 앞선 채 시작한다. 그리고 고원준은 원래 싸울 줄 아는 투수다. 그렇기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롯데의 선발진을 꿰찰 수 있었다. 고원준이 자신의 진가를 대구구장에서 다시 입증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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