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도 인정했다.
한화 8년차 장신 우완 투수 양훈(26)이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펼치며 안정감을 과시하고 있다. 양훈은 지난 22일 광주 KIA전에서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6⅔이닝 7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지난달 28일 청주 넥센전부터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벌이며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양훈의 피칭을 인정했다.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한국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펼친 박찬호는 "전날 양훈의 투구를 힌트를 얻었다"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박찬호 등판 전날이었던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양훈은 7⅓이닝 7피안타 1볼넷 5삼진 4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두산 타선을 제압한 바 있다.

이튿날 박찬호는 "양훈의 피칭을 보고 배웠다"며 "로케이션과 공격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공 던지는 각도가 좋고, 변화구도 예리했다. 특히 커브 효과적으로 쓰더라"고 말했다. 이는 양훈이라는 투수가 갖고 있는 힘을 그대로 잘 나타낸 말이다. 192cm 장신의 양훈은 내리 꽂는 볼의 각도가 까다롭고, 올해 커브 비율이 늘었다.
올해 양훈은 8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 중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리 위력적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투구이닝(48⅔)을 소화하며 5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이는 토종 투수 중에서 류현진(한화) 다음 가는 이닝이자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다. 토종 투수 중 확실히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2.12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기간 동안 총 34이닝을 던진 양훈은 경기당 평균 6.8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거의 7이닝에 육박하는 이닝이터로서도 위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6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이터로 불펜이 약한 한화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보인 양훈의 이 같은 능력은 커브의 힘이 크다. 지지난해까지 실전에서 거의 던지지 않았던 커브를 구사할 수 있게 되며 상대의 타자 타이밍을 빼앗고, 힘을 안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 것이다. 전성기 이른바 '슬러브(슬라이더+커브)'로 위력을 떨친 박찬호도 인정할 만큼 커브의 각이나 제구도 좋다. 양훈은 KIA전에서도 올해 가장 많은 22개의 커브를 던졌다.
양훈은 올해 마운드에 있을 때 야수들의 실책이 5개나 있었으며 불펜에서 선발승을 날려버린 것도 2번이나 된다. 투구내용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찬호가 "양훈이 너무 잘 던져 (바로 다음날 등판하는) 내 공이 쉽게 보일까 걱정"이라고 농담할 만큼 확실히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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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