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를 달군 19금 영화가 모두 공개됐다. '간기남', '은교', '돈의 맛',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 이 네 편은 영화 속 노출수위와 파격 장면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들로 관통하는 공통점은 모두 인간의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는가와 그것에 관객들이 얼만큼 공감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지난 달 11일 개봉, '19금 영화'의 포문을 연 '간기남'은 여주인공 박시연을 욕망하고 이런 욕망에서 이겨내는 남자를 그렸다. 남자주인공 박희순을 끈적하게 유혹하는 장면에서 박시연이 가진 뇌쇄적인 매력이 십분 발휘됐다. 연출을 맡은 김형준 감독은 영화 속 노출은 '몸이 전하는 매력'의 필요성으로 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여성의 매력적인 몸은 유혹에 그치고 결국 남자를 파멸시키지는 못한다. 위험한 욕망을 이겨낸 남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달콤한 결말이다. '간기남'은 이 과정에서 남녀 주인공의 팽팽한 감정 대결이 리듬감 있게 표현돼 오락 영화로서 충실한 작품이란 평을 들었다.

이어 지난 달 25일 개봉한 '은교'는 단순한 롤리타 콤플렉스로 비춰질까란 우려를 말끔히 벗고, 젊음에 대한 욕망을 섬세하게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 속 70대 노시인(박해일)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세계에 들어온 17세 소녀 은교(김고은)를 욕망하고 열망한다. 하지만 노시인과 은교 사이에 놓인 몇 십년의 세월은 세상에 허용될 만한 것이 아니다. 노시인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여고생, 여고생과 제자의 정사를 보며 스스로 파멸의 길을 택하는 노시인의 모습 등이 원작의 영리한 각색 하에 새롭게 태어났다.
이 작품으로 센세이셔널한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 김고은은 영화 속 뮤즈를 넘어 싱그러운 젊음의 상징이 됐고, 남녀 사이의 사랑 이상의 '젊음'에 대한 사랑,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아픔 등이 보는 이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런가하면 17일 개봉한 '돈의 맛'에서 욕망은 권력이다. 특히 윤여정과 김강우의 노출 신에서 권력 관계에서의 욕망이 극명하게 표현한다.
극중 백씨 집안의 안주인 백금옥(윤여정)이 충직한 비서 주영작(김강우)의 몸을 반 강제로 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끄는 것은, 끈적한 에로티시즘이 아닌 권력 관계가 어떻게 침대로까지 이어지는지를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이라…"고 말하며 어마어마한 돈 액수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백금옥은 남편인 윤 회장과 관련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신의 곁에 있던 주영작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늙고 남편까지 둔 백금옥의 제안을 뿌리치지만 권력을 가진 그녀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주영작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요청을 허락한다. 주영작에게 "길게.. 오래.."라고 속삭이는 백금옥의 대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안긴다.
부와 권력으로 젊은 남자의 육체를 탐닉하는 백금옥의 행동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권력과 돈으로 여성을 탐하는 일부 그릇된 남성들에 대해 반기를 들며 '여자도 자신의 욕망 앞에 당당할 수 있다'는 관객 반응도 상당하다. 임상수 감독 역시 "늙은 여자도 원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백금옥과 주영작의 정사신은 그렇기에 야하다기 보다는 권력 관계를 성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씁쓸함을 안긴다.
오는 6월 6일 개봉하는 '후궁'은 왕이라는 지상 최고의 권력을 욕망하는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랑을 원하고 이 때문에 파멸해가는('간기남'에서 욕망을 이겨낸 남자주인공은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님자의 이야기를 에로틱 궁중사극이란 장르를 통해 풀어낸 영화다.
권력과 삶에 대한 욕망이 궁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잘 짜여진 미장센을 통해 구현돼 마치 셰익스피어의 연극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재미도 안긴다. 영화에서 정사신은 주인공의 심적 욕구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에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긴장감 있다. 조여정과 김동욱의 노출신은 권력 관계의 이동을 몸을 통해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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