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한국프로야구 데뷔 후 가장 많은 106개 공을 던졌다. 최고 149km 직구를 뿌리며 역투했다. 그러나 7회 연이은 번트 수비 과정에서 실책이 터져 나오며 공든 탑이 무너졌다.
박찬호는 23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프로야구' KIA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7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막았다. 시즌 5번째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한 박찬호는 평균자책점을 3.63으로 조금 낮추는데 만족해야 했다.
▲ 탁월한 위기관리능력

1회부터 4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속에서도 박찬호는 실점을 한 점밖에 주지 않는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1~2회에 연속 병살타를 유도했고 3회에도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사구로 실점을 줬지만 추가실점을 주지 않았다. 4회에도 1루수 장성호의 실책으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지만 실점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고비를 잘 넘긴 박찬호는 5~6회 공 23개로 연속 삼자범퇴 처리해 안정감을 보였다. 그 사이 윤석민이 6회까지 104개 공을 던지고 1실점한 뒤 박찬호보다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 6회까지 1실점은 같지만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한 박찬호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1 동점에 박찬호의 투구수는 85개였지만, 충분히 승부가 가능하다는 게 한화 벤치의 판단이었다.
▲ 번트 수비에 무너졌다
그러나 7회 첫 타자 송산과 무려 11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맞을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무사 1루에서 KIA는 이준호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이준호는 박찬호의 초구에 번트를 댔고, 타구는 포수 정범모 앞으로 굴러갔다. 1루 주자의 2루 저지는 늦었고, 타자 주자를 잡아야 할 상황. 그러나 정범모가 곧장 송구를 하지 못했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친 뒤 뒤늦게 1루에 뿌렸지만 이준호의 발이 먼저 베이스를 지나갔다.
포수 실책으로 계속된 무사 1·2루.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볼카운트 3B1S에서 이용규가 3루 쪽으로 번트를 댔고, 박찬호가 빠르게 대시해 공을 낚아챘다. 그러나 3루를 노린 박찬호는 몸을 트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이 뒤에 쏠린 탓에 삐끗했고 송구를 하지 못했다. 주자 올 세이프. 김이 빠진 박찬호는 무사 만루에서 김선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 최고 149km 역투
박찬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박정진과 안승민이 밀어내기 볼넷과 희생 플라이로 추가 점수를 내주며 박찬호의 실점은 4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수비 실책이 겹친 덕분에 자책점은 2점밖에 되지 않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3.63으로 조금 내려갔다. 106개 공 중 스트라이크가 66개, 볼이 40개였다. 직구(37개)-슬라이더(39개)를 중심으로 체인지업(12개) 커브(12개) 투심(6개)을 섞어 던졌다.
그러나 승부는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갈리고 말았다. 연이은 보내기 번트 2개를 모두 아웃 대신 실책으로범하며 자멸했다. 올해 한화는 박찬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실책 6개를 범했다. 그 중 2개는 박찬호가 직접범한 것이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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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