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에서 거둔 승리의 맛은 더욱 짜릿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길고 길었던 일본전 22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며 일본과 역대 상대전적 29승29패의 균형을 맞췄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3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경기장]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 4차전에서 일본에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5-13)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꺾은 뒤 단 한 번도 일본 1진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며 22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한국에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한 승리였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34득점(블로킹 3득점 포함)으로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다. 한국을 김연경의 '원맨팀'으로 규정하고 김연경 공략을 위해 초반부터 블로킹 작전을 들고 나왔던 일본을 상대로 분석이 무의미한 압도적인 레벨차를 보여준 것.

부진한 모습을 보인 황연주 대신 1세트 중반 조기투입된 김희진(13득점, 서브 1득점 블로킹 1득점 포함) 역시 초반 놀라운 활약을 보이며 일본을 흔들고 김연경을 뒷받침했다. 한송이 역시 전날 세르비아전의 부진한 모습을 털어내고 12득점으로 김연경의 뒤를 받쳤다.
한국은 초반부터 황연주와 정대영이 연속으로 서브 범실 3개를 기록하는 등 범실로 상대에게 리드를 넘겨줬다. 결국 1세트부터 황연주 대신 김희진을 라이트로 투입,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리고 김희진을 일찌감치 투입한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안정적인 서브와 공격으로 일본의 코트를 맹폭한 김희진은 1세트에만 서브 1득점 포함 7득점을 올리며 김연경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김사니의 범실과 상대 다케시타의 공격에 연속 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12-14로 끌려갔지만 이후 김희진의 속공과 김연경의 오픈 성공 등을 묶어 연속 4득점에 성공, 16-14를 만들어 1세트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예상치 못한 맹공에 당황한 일본이 흔들린 사이를 놓치지 않고 김연경과 김희진, 한송이가 공격을 퍼부었다. 블로킹 장벽을 뚫고 김연경의 백어택이 작렬하며 21-17 4점차를 만든 한국은 이후 김희진의 서브 에이스와 사코다의 범실 등을 묶어 먼저 세트포인트를 만들고 정대영의 오픈으로 1세트를 먼저 따냈다.
2세트 시작 후 2단 연결에서 이어지는 일본의 공격에 2-4로 먼저 리드를 내준 한국은 정대영의 블로킹과 아라키의 서브 범실 , 일본의 어택 라인을 묶어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한치의 양보도 없는 1점차 공방이 이어졌다. 양 팀의 에이스 김연경과 기무라가 공격을 이끌며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2세트는 야마구치의 페인트와 에바타의 오픈으로 연속 3득점에 성공한 일본이 18-19을 만들며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의 서브 범실과 김연경의 블로킹 득점을 묶어 다시 20-19로 뒤집으며 승부를 쉽게 넘겨주지 않았다.
21-21까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던 한국은 일본에 먼저 세트포인트를 넘겨주며 위기를 맞았다. 24-22 상황에서 김연경의 오픈 공격이 상대의 블로킹에 걸리며 결국 2세트는 22-25로 일본에 내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접전은 3세트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김연경의 강력한 오픈 공격과 야마구치의 범실이 이어지며 한국이 먼저 10-6 리드를 잡았다. 여기에 양효진의 속공까지 터져주며 13-8로 앞서간 한국은 정대영의 블로킹에 이어 기무라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면서 16-10 6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일본은 나카미치와 에바타가 서브 에이스를 잡아내며 추격의 의지를 놓지 않았지만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김연경의 타점 높은 공격에 번번이 득점을 허용했다. 결국 한국은 25-17로 3세트를 기분 좋게 가져가며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갔다.
3세트를 빼앗긴 일본 선수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일본은 4세트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연속으로 서브 범실과 공격 범실을 기록, 한국에 5-2 리드를 허용했다. 야마구치가 한국의 블로킹을 흔드는 공격으로 추격해봤지만 후위를 지키는 김연경의 압도적인 3연속 백어택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는 더욱 좋아졌다. 디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김해란이 일본의 공격을 모두 걷어내며 힘을 보탰고 김연경에게 이어진 공은 여지없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연속 공격 성공으로 완벽하게 흐름을 탄 한국은 11-3 8점차 리드 상황에서 상대의 범실까지 유도하며 점수차를 16-5로 벌려 나갔다. 일본은 의외의 흐름에 당황한 듯 범실이 늘어나며 좀처럼 추격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무라와 사코다 등이 분발해봤지만 한국은 철벽같은 블로킹으로 4세트 일본의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다. 결국 4세트에서 25-13의 큰 점수차로 한국이 승리를 거뒀다.
기나긴 22연패의 역사를 끊고 일본 원정에서 값진 1승을 거둔 한국은 이로써 2승 2패를 기록하며 런던행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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