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선발' 롯데 자이언츠 우완 고원준(22)이 최근 부진을 씻는 투구를 했다.
고원준은 2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동안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0-2로 뒤진 채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8회 터진 황재균의 동점 스리런으로 패전을 면했고 평균자책점은 5.70까지 낮췄다. 고원준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롯데는 8회와 9회 타력을 집중시키며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등판 전까지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6.03에 그치고 있던 고원준은 데뷔 후 가장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고원준은 지난 시즌부터 대구구장 징크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프로데뷔 후 고원준의 대구구장 등판 성적은 5경기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10.31이었다.

최근엔 양승호 감독으로부터 자신감없는 투구에 대해 질책을 받기도 했던 고원준은 5월 2경기 연속 부진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고원준에 대한 "패기없이 던지면 2군으로 내리겠다"는 엄포는 결국 선발진 문제로 실현되진 않았지만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주지 않으면 자칫 부진이 장기화 될 우려도 있었다.
또한 이날 경기를 앞두고 팀 선배인 송승준은 고원준에 "공격적이고 자신있게 던져라. 특히 오늘은 직구와 체인지업만 던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하기도 했다. 변화구로 도망가는 피칭을 하기 보다는 정면 승부를 펼치라는 조언이었다. 아직 젊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고원준이 변화구에 몰두하는 걸 안타깝게 본 것이 그 이유였다.
이날 고원준은 변화구보다 직구 비중을 높여 삼성 타자들의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고원준의 투구수는 83개였고 스트라이크 49개, 볼 34개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직구만 50개를 던질 정도로 그 비중을 높였다. 평소 즐겨썼던 커브는 8개만 던졌고 슬라이더를 25개 던졌다. 또한 투구 템포를 빨리 가져가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도 앞섰다.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한 고원준은 1회 2사 2루, 5회 1사 2루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위기가 없었다. 또한 롯데 야수들도 호수비를 펼쳐 고원준을 도왔다.
하지만 0-0으로 맞선 6회 고원준은 2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첫 타자 박한이에 좌전안타를 허용한 고원준은 곧바로 폭투를 범하며 갑자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박석민까지 맞히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까다로운 타자 이승엽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그 사이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진루했고 결국 강봉규에 2타점 좌전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볼넷이 없는게 좋았다. 올 시즌 볼넷 20개로 위기 때마다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고원준은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볼넷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면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들어갔다. 양 감독이 바라던 패기있는 투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고원준이 그 동안 지독한 징크스를 겪었던 대구구장에서의 호투를 계기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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