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수비에 무너질 줄 누가 알았을까.
최하위 한화가 다시 한 번 자멸 야구로 무너졌다. 시즌 최다 5연패 수렁에 빠졌다. 한화는 23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박찬호가 시즌 최다 106개 공을 던지며 역투했지만, 7회 어이없는 번트 수비 실책 2개로 무너졌다. 1-4 역전패. 올 시즌 최다 5연패에 빠진 한화는 7위 KIA(14승18패2무)와 격차도 3.5경기로 벌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승부가 갈렸다. 1-1로 팽팽히 맞선 7회말 한화 마운드에는 다시 박찬호가 올랐다. 6회까지 박찬호의 투구수는 85개. 하지만 1-1 동점 상황에서 미리 불펜을 당겨쓰기란 쉽지 않았다. 박찬호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첫 타자 송산과 무려 11구까지 가는 질긴 승부를 벌이며 좌전 안타를 맞았다.

'사고'는 여기서 터졌다. 무사 1루. KIA 벤치는 당연히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이준호는 초구에 번트를 댔고, 공은 포수 정범모 앞으로 굴러갔다. 2루를 먼저 살펴본 정범모는 늦었다고 판단한 뒤 곧바로 1루를 응시했다. 그러나 짧게 모션만 취했을 뿐 공을 던지지 않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승부를 갈랐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친 정범모는 뒤늦게 1루로 송구했지만 이준호가 먼저 베이스를 지나간 상태였다. 1사 2루 상황이 졸지에 무사 1·2루가 되어버렸다. 이어 이용규도 번트를 시도했다. 볼카운트 3B1S에서 댄 이용규의 번트는 3루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박찬호가 재빨리 달려와 공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3루를 노렸다. 과감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박찬호는 승부를 해보지도 못했다. 3루로 몸을 뒤트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이 뒤로 쏠린 탓인지 삐끗했고 공을 던질 엄두도 내지 못했다. 1사 1·2루 또는 1사 2·3루가 무사 만루가 되어버렸다. 김이 빠진 박찬호는 김선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어이없는 번트 수비 미스 2개로 경기를 내줬다.
경기 후 한대화 감독도 "결정적인 번트 타구 실책이 아쉽다"고 했다.
지난 22일 경기에서도 8회 결정적인 실책 2개로 어이없이 역전패한 한화는 이날 경기에서도 7회 보내기 번트 과정에서 연속 실책으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결승점을 허용했다. 연이틀 실책으로 결승점을 준 한화는 시즌 최다 5연패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한화의 5연패는 지난해 4월23일부터 28일까지 5연패를 당한 이후 39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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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