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도 짜릿한, 그리고 달달한 두 달 반이 지나갔다. 매주 수, 목요일 밤마다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던 방송 3사의 드라마들이 일제히 퇴장한다. 방영 초반, 1위를 선점했던 KBS 2TV '적도의 남자'(이하 적도)와 치열한 2위 쟁탈전을 펼친 MBC '더킹투하츠'(이하 더킹) 그리고 SBS '옥탑방 왕세자'(이하 옥세자)가 오늘(24일)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적도'와 '더킹', '옥세자'는 저마다 전혀 다른 3색 매력을 과시하며 안방의 고른 사랑을 받아내 훈훈함을 더한다. '적도'가 시청률 성적 면에서 1위 독주를 하긴 했지만 '더킹'과 '옥세자' 역시 시청률 간극을 좁히며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세 작품은 갖가지 이슈를 양산하며 고르게 회자됐고 시청자들은 수, 목요일 밤마다 본방 사수할 작품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을 거듭했다.
뜨거운 남자의 복수를 그린 '적도', 남한의 왕과 북한 특수부대 여자 장교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 '더킹',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날아온 왕세자가 전생의 여인과 못 다한 사랑을 나눈다는 판타지 '옥세자'의 결말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과연 치열한 수목극 판도를 형성한 세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적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 뜨거운 사나이들
'적도'는 탄탄한 대본에 배우들의 명연기, 디테일한 연출력이 총집합돼 세 작품들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중론. '태양의 여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추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치밀한 대본, '명불허전' 엄태웅과 급성장한 이준혁의 연기력, 미니시리즈 연출에 첫 입문한 김용수 PD의 신선한 연출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어린 시절의 단짝 친구 선우(엄태웅 분)와 장일(이준혁 분)이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의 야망으로 변모해가는 치열한 과정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부친의 죽음과 친구의 배신이 한스러운 선우의 복수심, 선우 부친을 죽인 생부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 장일과 그의 성공을 위한 욕망이 팽팽하게 맞서며 극의 중추가 됐다. 얽혀있던 실타래처럼 풀려나가는 과거사와 음모, 배신의 실체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매력을 선사했다.
'더킹', 시청자들까지 짜릿하게 만든 성장 스토리
‘더킹’은 어찌 보면 한편의 짜릿한 성장 드라마였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아래 안하무인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 분)와 북한 특수부대 교관 김항아(하지원 분)가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 이게 이 드라마를 지배하는 주요 토대다.
하지만 다시 살펴보면 이 드라마는 결국 성장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남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을 딛고, 국가도 뛰어넘는 거대 자본의 남북화해 방해공작을 물리치는 과정도 크게 성장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는 것.
우선 철없는 왕자였던 이재하가 의젓한 국왕으로 성장, 소용돌이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남북 화해를 완성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다뤘다. 다국적 군산복합체 클럽 M의 수장 김봉구(윤제문 분)가 악랄해질수록 재하는 대한민국 자존심으로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어느새 철없던 왕자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굳건한 국왕으로 성장했고 이재하의 성장은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옥세자', 달달한 생크림 얹은 미스터리의 묘미
‘옥세자’는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적도’와 ‘더킹’에 비해 가볍고 밝은 소재로 젊은 시청자층을 사로잡았다. 또한 ‘타임슬립’(시공간 왜곡 현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이용해 극의 전개를 풀어나가 ‘흥미로운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옥세자’는 300년 전 조선에서 현세의 서울로 오게 된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과 충복 3인방(이민호, 정석원, 최우식)은 우연히 박하(한지민 분)의 옥탑방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박하와 세나(정유미 분)의 갈등, 세나와 태무(이태성 분)의 야망에 사로잡힌 악행, 박하와 세나의 출생 비밀 등 많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이각이 현세로 오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세자빈(정유미 분) 살인사건의 단서를 잡고,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제작진은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코드가 가미된 이 작품을 어렵게 풀어나가지 않고, 이각과 박하의 ‘달달한’ 멜로 라인을 주로, 쉽고 가볍게 풀어나갔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달달한 드라마로 탄생시키며 대중성을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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