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율-김사훈 형제 배터리, "드디어 꿈 이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24 08: 01

"목표라면 1군에서 (김)사율 형님 공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그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요".
요즘 롯데 자이언츠 포수 김사훈(25)은 1군 무대에서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한민대 졸업 후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2010년 사촌형인 김사율의 추천 덕에 신고선수 신분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엔 주로 2군에서 뛰며 기량을 쌓던 김사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정식선수 계약을 맺었다. 구단에서는 장성우의 입대로 생긴 포수 공백에다가 평소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매진하는 김사훈의 자세를 높게 사 정식으로 계약했다.
지난해 11월 아직 김사훈의 계약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그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그땐 "정식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솔직히 1군은 아직 멀게 느껴진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그래도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1군에서 사율 형님 공을 받아보고 싶다"며 쑥스러워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1군 무대지만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 겨울이 있었기에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16일 사직 넥센전에 앞서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승격됐던 김사훈은 바로 이틀 뒤 사직 KIA전서 선발 출전했다. 포수 강민호의 체력안배를 위해 양승호 감독은 과감하게 김사훈을 기용했고, 그는 도루저지만 2개를 기록하고 2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리는 등 만점 활약으로 보답했다. 그리고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
롯데는 3-3으로 맞선 8회 2사 1루서 강민호 대신 대주자 김문호를 투입했고, 안타 2개가 이어지며 4-3으로 앞서갔다. 엔트리에 남은 포수는 김사훈 뿐. 9회말 롯데는 마무리 김사율을 마운드에 올렸고 배터박스에는 김사훈이 앉았다. 사촌형제 배터리는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마지막 타자 이승엽이 낫아웃 삼진을 당하자 형제의 하이파이브가 이뤄졌다. 올 시즌 11세이브째를 거둔 김사율에겐 승리의 하이파이브가 이제는 익숙한 일이지만 김사훈은 달랐다. "꿈꾸던 순간이 이뤄져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사율 형님께서는 그냥 '수고했다'라고 한 마디만 하셨지만 팀 동료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고 말하는 김사훈의 목소리엔 아직도 감격이 남아 있었다.
그럴법도 했다. 김사훈이 야구를 시작한 것도 김사율 때문이다.  경남상고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던 사촌형은 김사훈에겐 우상이었다. 형을 따라 투수로 야구를 시작했지만 부산고에 진학하며 포수로 자리를 바꿨다. 그때부터 김사훈은 마음속으로 롯데에서 형님의 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민대 졸업 후 불러주는 구단이 없었을 때 손을 내민것도 김사율이다. 경기장에서 김사율이 직접 건네는 말은 길지 않지만 그 깊은 속정을 김사훈이 모를 리 없다.
김사훈은 한 점차 위기에서도 김사율과 사인을 교환하며 침착하게 리드를 해 나갔다. 롯데 벤치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고서는 볼배합 지시가 나오지 않는다. 김사율과 김사훈은 2사 1루서 이승엽을 상대로 이심전심 리드를 보여줬다. 1구는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루킹 스트라이크, 2구는 유인구 하나가 들어갔다. 그리고 3구는 바깥쪽 낮은 곳을 찌르는 스트라이크.
김사율과 김사훈은 여기까지 잘 잡은 뒤 벤치의 사인을 기다렸다. 벤치에서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요구했고 이는 사촌형제 배터리의 생각과도 같았다. 결국 둘은 이승엽을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김사훈은 경기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빠지기보다 블로킹한 공을 재빨리 찾아 이승엽을 태그하는 기본적인 플레이도 잊지 않았다.
양승호 감독이 접전 상황에서 주전포수 강민호를 대주자로 교체했다는 사실은 김사훈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다. 지금까지 김사훈은 연달아 찾아온 기회를 잘 잡고 있다. 현존 유일한 '사촌형제 배터리'가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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