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터, “선발 이용찬, 정말 똘똘한 투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24 07: 15

“내가 오기 전 마무리 투수로 뛰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실적을 쌓은 마무리였는지는 몰랐다”.
낯선 보직에서 신무기를 빠르게 제 것으로 만드는 습득력을 높이 샀다.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로 활약 중인 스캇 프록터(35)가 지난해에 이어 이제는 풀타임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고 있는 이용찬(23)을 칭찬했다.
뉴욕 양키스 시절 마리아노 리베라의 앞을 지키는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전력의 프록터는 올 시즌 16경기 13세이브 평균자책점 0.57(23일 현재)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15⅔이닝 동안 단 한 점만을 내줬으며 세이브 부문 상위 5인 중 유일하게 블론세이브가 없는 투수. 경기력도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 중이다.

팀 내 적응 면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선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와 함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프록터. 23일 문학 SK전을 준비하던 도중 이날 선발로 나서는 이용찬이 팀의 전 마무리였음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자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2년 간 51세이브를 거두고 공동 세이브왕-신인왕 타이틀(2009년)을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자 그에 대해서는 놀란 기색을 보인 프록터다.
 
“아직 젊은 투수인데.(웃음) 마무리로 뛰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2년 간 51세이브라. 말이 쉽지 그 정도 성적은 분명 올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동안은 잠깐 마무리로 뛰다가 선발로 출장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사실 이용찬은 장충고 시절에도 선발보다는 계투로서 승리 카드로 나서는 경우가 익숙했던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단 한 차례 선발 등판이 있었을 뿐 대체로 이용찬은 이승우(LG), 박민석(두산) 등 선발 투수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기 승리를 굳히는 에이스 카드로 활약한 이용찬이었다.
상대적으로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이용찬은 빠른 속도로 새 보직에 정착 중이다. 23일 경기서 이용찬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행진을 6으로 이어가지는 못했으나 5⅔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3승(4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이다.
프록터에게 이용찬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영리한 야구 두뇌’를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계투로 뛰다가 선발로 이동해 완급 조절을 하는 능력을 빠르게 익히고 있으며 포크볼을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자신의 결정구로 익힌 습득 능력을 높이 샀다.
“굉장히 똘똘하고 영리한 투수다. 우격다짐으로 던지지 않고 비슷한 코스로도 다른 구종을 선택에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을 갖고 던지더라. 게다가 포크볼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들었다. 그립을 보여주기는 쉬워도 자기 공으로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은 구종인데 내가 팀에 합류했을 때 겨우내 연습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결정구로 선택해 던지고 있다. 낯선 구종을 빠르게 제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10월 감독 취임 후 서울팀에서도 젊은 선발 유망주를 키워내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용찬이 올 시즌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한 것은 그 장기 프로젝트 1단계로서 두산이 올 시즌 마무리로 프록터를 낙점한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젊은 에이스의 성장을 돕는 위치의 외국인 마무리는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매조지며 선발 3승 수확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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