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여전사 백설공주를 탄생시키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5.24 10: 52

백설공주, 이제는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약한 여성이 아니다.
하얀 얼굴에 검은 머리, 갸날픈 몸, 여리디 여리기만 했던 백설공주가 지난 22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은빛 갑옷에 칼을 들고 나타났다.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계모 왕비가 자신보다 예쁜 백설공주를 없애려고 독사과를 먹이고 잠들었던 백설공주가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는 동화의 큰 줄기는 그대로 가지고 간다.

하지만 백설공주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통해 그간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전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성이 아닌 여전사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속에서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의 첫 등장은 지금까지 아름답게 그려졌던 백설공주의 모습이 아니다. 반짝이는 구두도 한껏 부푼 드레스도 아닌 넝마 수준의 드레스와 헝크러진 머리, 굽 없는 가죽신, 지저분한 얼굴이 스노우 화이트의 첫 모습이다.
그 후 스노우 화이트의 긴 드레스는 헌츠맨(크리스 햄스워스 분)을 만난 뒤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짧은 원피스로 변신하고 공주는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스노우 화이트는 어둠의 세계를 만든 이블퀸(샤를리즈 테론 분)에 맞서 빛의 군대를 모아 거대한 전쟁을 일으킨다. 거친 전쟁터에서 칼을 들고 자신보다 체격이 훨씬 큰 적을 한 번에 제압하는 등 고난도의 액션을 선보인다. 전쟁을 누비고 있는 스노우 화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여전사 잔다르크가 생각난다.
왕자님이 나타나 키스로 자신을 구하고 왕비와 맞서 싸워 나라를 일으켜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스노우 화이트가 아니다. 왕비를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는 능동적인 스노우 화이트는 남자영웅이 대부분인 영화계에 오랜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신여성 캐릭터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장엄한 스케일로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감독 루퍼트 샌더스는 아디다스, 나이키, 도요타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CF를 도맡아온 광고감독 출신다운 빠르고 리듬감 강한 편집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는 판타지를 단순히 영상으로 구현하는 작업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영상을 통해 가슴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빛의 숲과 요정, 상상의 동물 등은 시각적 즐거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이뿐 아니라 많은 판타지 영화들이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하거나 CG작업을 통해 배경을 완성하지만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세트장을 직접 제작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영국 런던에 2,000평방피트 이상의 석고 석조물과 700개의 다양한 암석들로 만든 세트장, 23개가량의 세트는 리얼함을 살려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기존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획기적으로 재해석된 백설공주와 거대하고 장엄한 스케일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의 명성을 이을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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