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팀 스포츠다. 누구 하나의 공백이 생기면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찬호에게 지난 23일 광주 KIA전은 아마도 올해 8경기 중 가장 아쉬운 한판이었을 것이다. 13살 어린 윤석민과 선발 대결에서 박찬호는 6회까지 투구수 85개를 던지며 KIA 타선을 1점으로 묶었다. 우리나이 불혹의 베테랑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피칭. 그러나 스코어는 1-1이었고, 박찬호는 7회 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7회는 결국 '악몽의 이닝'이 되고 말았다.
박찬호는 7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첫 타자 송산과 무려 11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3B2S 풀카운트에서 5연속 파울 커트가 이어졌고, 결국 좌전 안타로 출루시켜야 했다. 이게 화근이 됐다. 이어진 이준호-이용규 타석에서 정범모와 박찬호가 번트를 처리하는 과정 중 연이은 실책을 범했다. 이는 결승점으로 연결돼 팀 패배로 직결됐다. 시즌 3번째 패전투수가 된 박찬호는 "7회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게 화근이었다. 수비 실책도 아쉬웠다"고 전했다.

KIA 선동렬 감독은 "7회 박찬호도 투구수가 85~90개가 되다보니 확실히 볼끝이 무뎌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찬호 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들에게 해당하는 부분.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힘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김선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106개 공을 던질 때까지 박찬호를 마운드에서 내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200만원의 제재금과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송신영의 여파가 박찬호에게도 미쳤다. 송신영은 지난 20일 대전 SK전에서 최정에게 빈볼성 투구를 던진 뒤 퇴장 조치에 격분해 글러브를 내팽겨쳤다. 개인 3번째 퇴장으로 가중처벌 받았고, 이는 한화에게 직격탄이 됐다. KBO의 결정에 앞서 한화 구단 자체적으로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송신영이 올해 승계주자 실점율 66.7%에서 나타나듯 구원투수로서 기대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퇴장당한 선수는 엔트리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한화는 송신영을 2군으로 내릴 수도 없었고, 불펜투수가 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송신영의 징계 여파로 엔트리에서 투수 한 명이 비는 바람에 가급적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야만 했다. 이날 KIA전 박찬호가 딱 그랬다.
23일부터 5경기 출장정지 효력이 발휘되는 상황이라 벤치에서도 무리할 수 없었다.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박찬호를 교체시키는 데에는 부담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실책 속에 결국 '사단' 나고 말았다. 송신영의 징계가 없었다면 보다 더 탄력적인 불펜 운용이 가능할 수 있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박찬호는 잘 던지고도 팀의 지원을 못 받았다.
이날 경기 전 한대화 감독은 애써 웃으며 죄송함으로 가득할 송신영에게 "오늘부터 뭐 할거냐"고 물었다. 송신영은 "다음주부터 열심히 파이팅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예기치 못한 출장정지 여파는 팀 분위기와 전력을 흔들었다. 박찬호의 3번째 패전은 이를 단면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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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