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이’ 노경은의 활약이 더 값진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24 10: 52

“모두 놓고 싶었을 때 그 분이 절 잡아주셨어요. 언제가 될 지는 몰라도 꼭 보답할 겁니다”.
불과 2년 전이다. 발목 부상과 허리 부상으로 인해 방출 위기에 놓였던 만년 유망주는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은사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들어 다시 자기 공을 유감없이 던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우완 셋업맨 노경은(28)의 상승세에는 ‘보은’의 뜻이 물씬 배어나오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 23일 문학 SK전서 선발 이용찬을 구원해 2⅔이닝 동안 탈삼진 1개 포함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마무리 스캇 프록터에게 제대로 바통을 이었다. 팀의 5-2 승리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으로 놓기 충분했다. 올 시즌 노경은의 성적은 20경기 2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10(23일 현재)이다.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1차 우선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으나 2010년까지 부상과 제구난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노경은. 특히 2010시즌에는 전지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하며 장점이던 묵직한 구위까지 잃는 바람에 방출 위기에 놓였던 바 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노경은은 지난해 44경기 5승 2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17로 가능성을 비춘 뒤 올 시즌에는 셋업맨으로 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을 돌아봤을 때 노경은의 활약이 꾸준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9일 LG전서 2⅔이닝 4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친 뒤 23일 경기서는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투구를 펼쳤다. 특히 선수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김진욱 감독에게 5연패 후 2연승으로 이어진 경기의 가교 노릇을 했다는 점이 더욱 값졌다.
김 감독이 2군 투수코치로 재임하던 시절 가장 아까워한 투수 중 한 명이 바로 노경은이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구위를 갖춘 데다 노경은의 투수로서 수비력은 팀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손목힘이 지나쳐 릴리스포인트에서 제구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김 감독의 당시 평이었다.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면서도 잘못했을 때 질책을 아끼지 않는 김 감독의 열의에 노경은도 감복했다.
2010년 말 방출 위기를 넘긴 뒤 노경은은 허심탄회하게 “저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김진욱 코치님께서 잡아주셔서 가까스로 야구 인생을 가는 거에요. 꼭 좋은 모습으로 그 분께 보답하고 싶습니다”라고 고백했던 바 있다. 그리고 노경은은 만으로 1년 반 가량이 지난 현재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경기 후 노경은은 “SK 타자들이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그 점을 이용하려고 노력하면서 공 하나하나를 전력으로 던졌다”라며 “휴식기를 보내고 던진 만큼 활기차게 집중력을 발휘하며 던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독님과 팬들의 기대에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라고 이야기했다. 2년 전까지만해도 어두운 표정이 많았던 노경은은 최근 들어 자주 밝은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힘을 다한다(사위지기용, 士爲知己用)’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 준 감독을 위해 노경은은 다시 힘을 내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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