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과 ‘하녀’. 포스터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알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두 영화의 감독 임상수는 ‘돈의 맛’과 ‘하녀’의 포스터에서 네 명의 인물을 비슷한 구도로 배치시켰다. 포스터를 보면 인물들 간의 관계와 이들이 욕망과 권력을 알 수 있다.
‘돈의 맛’과 ‘하녀’ 모두 인간의 욕망을 그린 영화로 포스터도 닮아 있다. 포스터에 등장한 네 인물의 엇갈린 구도와 시선으로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과 동시에 각자의 캐릭터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가 주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그린 에로틱 서스펜스 ‘하녀’ 포스터에서 가장 앞쪽에 서서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전도연은 원망스런 눈빛과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 뒤로 다정한 듯 손을 맞잡고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이정재와 서우의 모습은 두 남녀의 엇갈린 욕망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또한 문밖에 서있는 윤여정은 모든 사실을 지켜보는 병식(윤여정 분)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돈의 맛’ 포스터 또한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관계가 담겨 있다. 석조물을 배경으로 한 차가운 대리석 공간 속에 각각의 포즈로 자리 잡은 재벌 백씨 집안 사람들, 같은 공간 속에 있으면서도 겉도는 남자 주영작(김강우 분)의 모습은 영화 속 관계를 그대로 표현해냈다.
블랙 벨벳 드레스를 입고 앤티크한 의자에 앉아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백금옥(윤여정 분), 육체를 빼앗긴 젊은 비서 주영작, 그들의 관계에는 무관심한 차갑고 강렬한 눈빛의 상속녀 윤나미(김효진 분)의 관능적인 모습, 붉은 카펫 위에 몸을 편안히 맡긴 채 와인 잔을 들고 이 상황을 즐기는지 분노하는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회장(백윤식 분) 등 네 인물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인상적이다.
두 영화의 포스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가장 뒤에 배치된 윤여정과 김강우다. ‘하녀’에서 윤여정은 전도연, 서우, 이정재의 위험한 관계를, ‘돈의 맛’에서 김강우는 돈의 맛에 빠진 백씨 집안사람들을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인물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했다.
또한 각각의 영화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인물인 서우와 이정재, 윤여정과 백윤식이 중심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자리를 잡고 있다.
한편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돈의 맛’은 돈의 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17일 개봉해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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