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고 조명이 켜지면 무대 위에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펼쳐진다. 배우들이 라이브로 연기하고 있지만 무대는 한 편의 영상이 수놓아진 듯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故이영훈 작곡가의 오랜 소망을 담아 그의 노래 30여 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로,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되새기게 한다.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곡들이기에 익숙한 탓도 있지만, 이 뮤지컬이 꾸준히 사랑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연을 보는 내내 각 뮤지컬 넘버, 각 무대마다 관객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각 장면은 강한 잔상을 남기듯 관객의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옛사랑’은 과거와 현재의 상훈이 함께 무대 위에 교차하고, 이 장면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의 짜릿한 전율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렇게 현재의 상훈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노래를 부른다.

공연은 상훈과 여주, 현우 세 사람의 사랑을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복고의 매력은 옛 기억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중간중간의 군무는 정적인 무대 분위기를 환기 시키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민주화 학생운동이라는 시대 배경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 ‘깊은 밤을 날아서’와 적절히 어우러져 가사의 의미를 당시 시대에 맞게 새로이 전달한다. 감초 역할을 하는 정숙과 진국의 코믹한 연기와 학생운동 장면이 한 무대에 펼쳐져 무거울 수도 있는 장면이 유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소위 잘 나가는 작곡가 상훈은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여주에게 푹 빠져 그녀에게 곡을 준다. 그리고 여주의 데뷔 날 학생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현우는 참석하지 못하고, 이 때 여주가 부르는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피날레를 장식하듯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1막의 마무리를 알린다. 이 때 함께 오버랩 되는 현우의 당시 상황은 곡의 몰입을 돕는다.
故이영훈 작곡가는 생전,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준비하며 1막의 마무리는 반드시 이 곡으로 하길 바랐고, 그의 바람대로 이 곡은 인터미션 타임 내내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멤돈다.
이어지는 2막에서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무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음을, 그리고 그 때 그 시간으로 다시 갈 수 있다면, 나는 혹은 너는 다른 결정을 했을까라는 강한 질문을 상훈을 통해 전달한다.
한 편의 아름다운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온 듯, 첫사랑의 기억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내달 3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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