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롯데의 부진에는 선발진 난조가 한 몫 했다. 16일 사직 넥센전에선 믿었던 쉐인 유먼(33) 6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며 패했고 바로 다음날은 고원준(22)이 4⅔이닝 9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기록하면서 또 졌다. 주말에 KIA를 만나 3연승을 하며 한 숨을 돌렸지만 바로 이번 주중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이 문제였다. 5월들어 부진하고 있던 유먼과 고원준이 나란히 선발 출격을 앞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순서에는 힘을 냈다.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유먼은 5이닝 1실점, 고원준은 5⅓이닝 2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둘 다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최근 부진을 털어버릴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과의 경기 전까지 5월 들어 고원준은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6.86, 유먼은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6.16에 그치고 있었다.
기록상으로는 비슷하다. 그렇지만 원인은 조금 다르다. 주로 지적되던 건 직구 볼배합에 관한 문제였다.

유먼의 주무기는 바로 서클 체인지업.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타자들은 번번이 헛방망이질을 했고 때문에 류현진과 비슷하다고 해서 '류먼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5월 들어서는 직구 구사비율을 높이며 피홈런을 무더기로 맞기 시작했다. 피홈런 6개로 이 부문 2위. 22일 1실점도 신명철에 허용한 피홈런 하나였다. 외국인투수들 가운데 자신의 직구에 자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4월 연이은 호투로 자신감이 붙은 유먼은 5월들어 고집스럽게 직구승부를 늘렸다. 이에 양승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직구를 가장 잘 칠 것이다. 140km대 후반 직구 던져봐야 몰리면 무조건 넘어간다"며 투구 패턴을 다양화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고원준은 150km에 육박하는 직구가 매력적인 영건이다. 아직 나이가 젊기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슬로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통해 쉽게 타자를 잡는 데 재미를 붙여 구속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 변화구는 직구에 비해 던질 때 힘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체력안배 차원에서는 좋지만 자칫 구속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승호 감독은 최근 "젊은 투수답게 패기있게 던져라"고 주문했고 23일 경기 전 팀 선배 송승준은 "오늘은 직구, 체인지업만으로 투구한다고 생각해라. 정면승부로 당당하게 나가라"는 말을 한 걸로 전해졌다.
직구에 다른 상반된 처방전을 받은 둘은 나란히 호투를 펼쳤다. 22일 삼성전에서 5이닝 1실점을 한 유먼은 경기 초반 직구 위주의 승부를 하다 3회 신명철에 솔로포를 맞고 변화구를 섞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평소 우타자에겐 서클 체인지업만 주로 던졌지만 이날은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투구 패턴의 다양화와 함께 유먼은 옆구리 담 증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고원준 역시 달라진 투구패턴으로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23일 등판에서 투구수는 83개였고 스트라이크 49개, 볼 34개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직구만 50개를 던질 정도로 그 비중을 높였다. 평소 즐겨썼던 커브는 8개만 던졌고 슬라이더를 25개 던졌다. 또한 투구 템포를 빨리 가져가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도 앞섰다.
슬로스타터인 송승준과 라이언 사도스키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3,4선발 유먼과 고원준의 분전에 롯데는 안도한 표정이다. 5선발 이용훈이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 선발진의 힘으로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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