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틀리지 않았는가.
살아난 KIA 외국인투수 앤서니 르루(30)이 쾌투를 했다. 24일 한화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해 홈런 2발을 맞았지만 6회까지 8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5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막았다. 자신의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그는 살생부에서 기사회생한 날이었다. 동료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퇴출되고 헨리 소사가 입단했다. 원래 살생부에 적힌 이름은 자신이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이 고민끝에 선발게임을 할 수 있고 점점 구위가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 앤서니 대신 라미레즈 이름이 들어갔다.

머리를 깎고 마운드에 오른 앤서니는 볼도 달랐다. 150km가 넘는 볼을 연신 뿌려대기 시작했다. 최고 153km를 찍었다. 그것도 제구력이 뒷받침된 것이었다. 18일 사직경기부터 150km짜리 볼을 던지더니 점점 구위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했다. 높게만 들어가던 체인지업도 이상적으로 떨어졌다.
4회까지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안타 행진. 그러너 5회초 선두 최진행에게 좌월홈런을 맞고 첫 안타와 첫 실점을 했다. 이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준수의 번트타구를 잘 처리하면서 살아났다. 6회에서는 2사1루에서 역시 최진행에게 우월투런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추가 실점 없이 6회를 마무리 지었다. 투구수는 111개. 한기주가 7회부터 바통을 이었다.
앤서니는 무엇보다 선감독이 원하는 선발게임 능력을 보여주었다. 선 감독은 앤서니의 향후 구위를 보면서 교체여부를 선택할 방침이다. 그러나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던지는 앤서니의 호투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용병 리스트를 볼 일은 없을 듯 하다.
경기 후 앤서니는 "전반적으로 직구, 체인지업, 커브 모두 제구가 잘 됐다. 제구가 잘 돼 커브도 자신있게 던질 수 있었다"며 "요즘 이강철 코치와 롱토스를 하며 투구 밸런스가 잡히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직구 스피드가 많이 올라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퇴출 위기에 몰렸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내가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려 했다"며 "다시 기회가 왔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 감독님이 다시 선택한 것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는 보은의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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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