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변화구로 완급조절 할 줄 알아야 한다".
당대 최고의 투수로 한시대를 풍미한 KIA 선동렬 감독은 투수들에 대한 눈높이가 높다. 지난해 1991년 선동렬 이후 20년 만에 투수 4관왕으로 MVP를 차지한 '에이스' 윤석민(26)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다. 윤석민은 올해 8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52 탈삼진 47개로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위력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작년 한창 좋을 때 만큼 구위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느린 변화구를 던지며 완급조절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구·슬라이더 위주 힘의 피칭을 펼치는 윤석민에게 커브 또는 체인지업 같은 느린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고 완급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윤석민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율이 20% 안팎이다.
선 감독은 "요즘 투수들에게 강조하는 게 변화구다. 한화 양훈이나 박찬호가 최근 좋았던 것도 느린 변화구 때문"이라며 "느린 변화구 다음 직구를 던지면 훨씬 위력적이다. 130km대 후반의 슬라이더와 150km대 직구는 10km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느린 변화구라면 140km대 초반의 공도 150km대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는 말로 느린 변화구의 필요성 역설했다.
선 감독은 "류현진을 보면 완급조절을 잘 한다. 그래서 삼진도 많이 잡고, 범타 유도도 쉽게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빠른 직구에 체인지업과 커브를 효과 적절하게 잘 던진다. 올해 류현진의 체인지업·커브의 비율이 각각 23.8%, 10.3%가 될 만큼 힘으로 누를 때 만큼 손쉽게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있다. 힘을 안배하며 좋지 않을 때에도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능력이다.
선 감독은 "윤석민은 직구·슬라이더 위주로 던지기 때문에 투구수는 투구수대로 많고, 힘은 힘대로 들어간다. 느린 변화구로 완급조절하면 힘을 아껴가며 더 길게 던질 수 있다. 슬라이더도 지금보다 더 위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리는 공도 무의미하게 던지면 안 된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보여주는 공이 되려면 몸쪽 승부도 잘 해야 한다.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3개 연속 던지면 타자들의 눈에 익는다. 느린 변화구와 몸쪽 승부로 시각차를 줘야 투수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윤석민에게 완급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의 구위가 지난해 만큼 아주 좋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작년처럼 구위가 좋다면 직구, 슬라이더 위주로 던져도 상대가 공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투수는 늘 좋을 수 없다. 좋지 않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그 투수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윤석민은 최정상급 투수답지 않게 좋지 않을 때에는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된 게 좋은 예. 선 감독은 "윤석민은 안 좋을 때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조심스럽게 승부하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당대 최고투수 선 감독의 조언 속에 윤석민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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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