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으로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이 경쟁부문에 한국영화 두 편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임상수 감독은 24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 파빌리온 KOFIC 부스에서 가진 국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두 편이 경쟁부문 후보에 올라 중국-일본이 속상할 수 있겠다란 말을 한 것으로 아는데?"란 질문을 받자 "그런 얘기는 정확히 안했지만 중국이랑 일본이 아무래도 영화 강국인데, 한국영화 감독들인 홍상수 임상수 둘 만 경쟁부문에 있으니 얼마나 약오를까란 생각은 든다"라고 솔직한 대답을 들려줬다.
이어 그는 "사실 그런 부분에서는 홍-임 뿐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감을 가질만한 일이다. 사실 칸의 공식발표 전에 현지 언론이나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서 많은 추측 기사가 올라왔다. 그 때는 일본, 중국 영화들이 라인업에 있었다. 그런데 공식 발표를 보니 사이드로 밀린 것이다. 그들을 밀어내고 똘똘한 임상수와 홍상수가 올랐으니 뭐 하나(상은)는 가져가야지"라며 웃어보였다.

지난 17일 개봉, 국내에서는 70만 관객을 넘긴 상태다. 흥행에 대해 임 감독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 쉽게 만들려고 월급쟁이인 주영작(김강우)에게 관객이 동일시할 수 있게끔 만들었음에도 보통 상업영화보다는 사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 대중도 만족시키고 영화의 작품성 또한 만족시키고 싶다. 외국에서는 100만 불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지만, 한국에서 800만 1000만 관객은 기대도 안 한다. 적절한 수준에서 만족시키고 싶다. 이번 주말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칸에 오게된 게 동아줄이다. 그런데 썩은 동아줄이 될지, 튼튼한 동아줄이 될지는 두고봐야 겠다"라고 특유의 재치있는 멘트를 덧붙였다.
이어 그는 "더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물론 있다. 내가 '돈의 맛'을 두고 '우아한 상업영화'라 부르는 것은, 사실 말 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우아한 것을 볼 찬스가 별로 없지 않나. 먹고 살기 바빠서"라며 "영화가 그래도 가장 쉽지 않나. 그런 면에서 내 영화는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웃고 잊어버리는 영화는 아니고 자기 인생, 안목에 도움이 되는 영화라 생각하고 찍었으니까. 돈도 돈이지만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 우울하지만 현실도 직시해야 하니까"라고 영화에 자신감과 함께 흥행에 대한 바람도 솔직히 내비쳤다.
칸 진출은 지난 2010년 '하녀' 이후 두 번째다. 본인의 영화를 자꾸 칸에서 부르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내일(25일)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와 같이 점심을 먹는다. 물론 나 혼자만 같이 먹는 건 아닌데 왜인지 물어보겠다"라고 답하며 웃어보였다. 이어 "내 영화가 유럽식 아트하우스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 심오하고 모호하고 관객을 괴롭히는 영화의 반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텔링이 명확하고 오히려 그런 영화들과는 완전히 반대에 있고, 또 많은 아시아 영화들이 유럽영화제에 초청되는데 아시아 영화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우는 심지어 서양사람들 공격했다. 그런 식으로 아시아 영화들과 다르다"라고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임상수 스타일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밝혔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