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으로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이 영화가 특별한 대기업을 모델로 삼았냐는 말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임상수 감독은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파빌리온 KOFIC 부스에서 가진 국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특정 인물이 재벌가에 몸 담은 실제 인물을 차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모 대 기업? 미워는 하겠죠"라고 특유의 재치를 덧붙였다.
재벌에 대한 취재에 대해서는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처럼 취재진은 밝힐 수 없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긴 바 있다. 그는 "솔직히 재벌은 잘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에 깊은 취재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간 관심이 있어서 모아둔 자료가 있었고. 그리고 사람들 모두 어느 정도는 다 아는 얘기는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가 '재벌은 나쁘다'라고 비판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임 감독은 "재벌이라고 다 똑같은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 안에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예쁜 사람도 편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라고 이번 영화가 그리는 재벌에 대해 설명했다. 임 감독은 이번 영화를 '모욕'에 대한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돈의 맛'은 대기업 재벌을 다룬 영화이지만, 실제 대기업(롯데)의 투자를 통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대기업의) 관용도가 크냐 안 크냐가 중요한 것 같다. '임상수 그래도 한다 하는 영화 감독인데 투자자의 입맛에 맞춰 영화를 만들겠어?'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이게 엔터산업이고 그런 관점에서 롯데에서 배급 투자를 결정한 것 같은데, 대인의 풍모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칸 영화제에서 어떤 상을 기대하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속이 탄다"라며 "2010년에 '하녀'로 왔을 때는 솔직히 기대를 하나도 안 했다. 이번 영화도 그저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었는데 막상 오니 또 애가 탄다. 인간의 욕심은 참..그래도 못 타도 상관없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어 "10년 동안 한국영화가 칸에 꾸준히 진출해 왔다. 어떻게 보면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를 위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있는데,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꼭 황금종려상을 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운도 좋아야 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공약'이 많은 요즘 극장가에 착안, "만약 수상한다면 뭘 할 것인가?"란 깜짝 질문에는 "겸손이 뭔지를 보여주겠다"라는 임상수 감독다운 재치있으면서도 감독으로서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대답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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