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칸 국제영화제에 두 번째 방문한 것에 대해 "오래 살아서 다행"이라는 재치있는 소감을 들려줬다.
윤여정은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파빌리온 KOFIC 부스에서 가진 국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영화 '돈의 맛'과 '다른 나라에서' 두 편을 들고 온 소감과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경쟁 부문에 올라 여우주연상을 놓고 세계적인 배우들과 경쟁을 펼치는 그이지만, "수상은 꿈도 안 꾼다. 온 것만 해도 행복하다"라며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손사레를 쳤다.
- 두 편이나 칸에 진출했다. 2010년 '하녀'에 이어 칸 방문이 두 번째이기도 하고. '칸의 여인'이다

▲ 칸의 여인은 아니고 운이 좋았다.
- 30여년 연기 생활을 해왔다. 지금 시기는 배우 윤여정에게 어떤가?
▲ 너무 좋다. 데뷔하던 시절에는 '화녀'로 시체스 영화제 1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걸 감동적으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 수십년, 사십년, 반 세기를 살아서 이런 영광을 안는구나. 일찍 죽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 영화제에서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나?
▲ '다른 나라에서' 포토콜 프리미어 때는 비 오고 뭔지 하나도 모르고 정신 없는 상태로 했다. 비가 와서 옷이 길어 자꾸 접어올렸다. 이자벨 (위페르)은 원피스를 입었더라. 지네 동네니까 잘 알았겠지(웃음). 나는 홈그라운드가 아니니까 그랬다.
- 드레스 자태가 뛰어나던데?
▲ 아니다. 예쁠 나이는 지났다.
- 임상수 감독의 신뢰가 대단하다.
▲ 임상수 감독과 어쩌다 인연이 맺어졌는데 또 같이 작업하게 됐다. 임상수가 날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모르겠다(웃음). 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칸 영화제 갔다는 소리를 듣고 문자로 '할렐루야 장하다 임상수' 이렇게 보냈다. 무료 출연을 말한 적은 없는데(웃음) 그게 기사로 났더라. 나는 홍상수도 무료로, 임상수도 무료로 하면 어떡하나. (옆에서 백윤식) 임상수가 그렇게는(무료로는) 안 모신다고 했다. (윤여정) 다행이다.
- 작품을 고르는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
▲ 전에 한 것과는 다른 역할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 연기를 50대부터 자주 했다. 할머니를 하고 싶었다. 엄마 보다는.
- '돈의 맛'에 드라마 '더 킹'과 '넝굴째 굴러온 당신'까지. 왕성한 활동 중인데 힘들지는 않나
▲ 너무 힘들었지. '더 킹'에서는 아들이 죽어서, 다른 쪽 '넝굴당'에서는 아들이 살아서 엄청 울었다. 하도 울어서 코가 팅팅 부어가지고 며칠 동안 힘들었다. 누가 배우가 쉽다고 그러나. 지금도 호텔에 돌아가면 프린트 해서 대사를 외우고 있다. 죽겠다.
- '돈의 맛'에서 타락한 재벌 백금옥을 연기한 소감, 영화를 본 후 아쉬움은 없나?
▲ 내가 평생에 이런 걸(캐릭터) 해본 적이 없는데, 오만하고 처음 해 보는 연기라 재미있었다. 자기 영화를 보고 아쉬움이 안 남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저 장면에서는 밤을 좀 안 샜으면 더 잘했을텐데'란 아쉬움은 너무 많다.
- 돈 때문에 모욕 당했다고 생각한 적 있나?
▲ 있지. 50살 넘어서부터는 우리 아들들 한테도 하는 말인데, 나는 나를 수천만원짜리로 생각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안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야한다. 아들한테도 그렇게 말한다. "네가 생각하는 너와 세상이 보는 너는 다르다"고.
- 칸 영화제에 와서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여유가 없을텐데 특별히 해 보고 싶은 일은?
▲ (김)효진이한테 그랬다. 나중에 (유)지태가 진출하고 너는 그냥 따라서 와서 놀라고. 그게 가장 좋지. 하지만 이런게 다 기억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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